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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골(The Goal) 1980년대 생산관리 이론인 TOC(Theory of Constraint) 이론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 쓴 책으로, 생산성 악화로 공장 폐쇄 위기에 몰린 공장장이 우연히 스승인 요나 교수(물리학자인데 저자인 엘리 골드렛 역시 물리학자, 저도 물리학도라서 더 좋아하는 건지도)를 만나 공장을 회생시키는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미국에서는 많은 공장들이 이 책의 스토리대로 실행하여 성공을 거두어 책이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생산관리를 하지도 않는 제가 이 책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게 된 까닭은 그 이론보다는 기본 가정에 대한 도전근본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과정을 배우고 즐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목표와 수치에 혼란스러워하고 휘둘리며 살아갑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인 공장장은 요나 교수의 조언으로 기존의 성과측정 시스템이 오히려 생산성을 해친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내게 됩니다.

근본을 생각하면, (천박하게 들릴지라도)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돈을 버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생산성이란 한 회사가 그 회사의 목표(돈을 버는 것)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행위를 뜻하며, 제조공장의 입장에서 돈을 번다는 목표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지표로 이 책에서는 현금 창출률, 재고, 운영비용을 전혀 다르게 정의합니다. 투자 역시 재고로 정의합니다. 여러분도 개개인에게 주어진 성과지표가 회사의 목표와 부합하는지, 열심히 성과를 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회사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지 한번쯤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책의 핵심인 제약조건 이론은 공장장이 아들의 하이킹에 따라갔다가 가장 걸음이 느린 하비란 소년이 전체 대열의 속도를 결정짓는다는 에피소드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공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가 결국 이 제약 조건과 궁극적인 목표를 바라보지 못하고 지엽적인 목표에 매달린 결과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제약조건 이론이 일반적인 경영 문제를 해결하는 툴은 아닙니다. 하지만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이성, 눈 앞에 펼쳐진 현상을 논리적으로 받아들이는 사고력,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판단력이라는 지적 능력을 가지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하는가?”, “어떻게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매우 복잡한 상황에서도 핵심적인 문제를 밝혀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훌륭한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만으로도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지만, 자신의 문제 해결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저자가 자신의 이론을 마케팅,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한 It’s Not Luck 이라는 책도 권해드립니다. 역시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TOC 이론을 확장하여 모순을 찾아내어 문제를 해결하는 “Thinking process”를 쉽게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 후배에게 남기는 메모

수많은 경제경영 서적이 있고 그 중에는 주옥 같은 작품도 많이 있습니다. 맥킨지 식 논리적 사고라 불리는 로지컬 씽킹, 차별화 전략을 담은 Different 나 블루오션 전략, 게임 이론,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의 일대기 등은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사고의 틀을 바꾸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들입니다.

 

이 책 역시 해결하기 힘든 난제나 모순에 부딪혔을 때 해결을 위한 사고의 프로세스를 도와주는 삶의 지침서로서 부끄럽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너무 이론이나 형식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과학자의 그것과 같이 여러분만의 사고하는 과정을 만들어본다면 일 뿐 아니라 삶 자체가 더 흥미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이 이성과 논리, 도덕과 헌신만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과 폭력성, 나약함 또한 우리 내면의 모습이며 상황에 따라 언제든 표출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책이 눈먼 자들의 도시입니다.

 이야기의 구성은 매우 단순합니다. 도시 전체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백색 실명이라고 불리는 집단적 실명 상태에 처하게 되면서 너무나도 빠르고 비참하게 무너져가는 사회의 모습을,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 부인의 시선에 따라 그리고 있습니다. 눈이 멀었다는 한가지 변화만으로 나타나는 인간의 광기와 폭력, 혼란이 작가 특유의 너무나 담담하고 절제된 표현을 통해 더 공포스럽고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소설입니다.

 

 

잘 짜여진 문명화된 사회 시스템이 붕괴될 때 나타나는 인간의 야만성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월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연상케도 하며, 상황에 따라 변해가는 인간 본성에 대한 관찰은 1971년 스펜포드 대학에서 실제 일어난 심리학 실험을 토대로 쓰여진 “Experiment”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도 혼자서만 눈을 뜨고 있기에 그들을 인도하고 헌신하는 의사 부인을 통해 인간의 참모습에 대한 희망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의 사고 혹은 윤리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결국 상황 논리에 따른 행동의 정당화를 위한 도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무의식 저편에서 나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짓는 공포라는 존재가 무겁게 다가섭니다.

 

책에서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매일 벌어지는 일상 속에서 나의 행동을 결정하고 인간성을 가로막는 공포는 과연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