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홍의 Tech Talk, IT Trend 읽기] 코로나를 뚫고 IPO로, Airbnb

COVID-19의 확산세가 본격화될 무렵인 2월 초, 뉴욕과 멕시코시티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전세계적인 전염병이 될 거라 생각지도 못하고 여행을 취소하지 않았습니다. 9개월이 넘게 지났습니다. 당분간은 코로나 이전처럼 마음 놓고 해외 여행을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기약도 없습니다.

항공과 여행 산업은 COVID-19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정부의 지원에 기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나름대로 타계책을 찾고 있지만 마땅치 않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이 70% 이상 급락한 Airbnb 역시 위기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가 본격하된 1월부터 바로 피해를 체감했고, 2분기만 해도 Valuation 급락으로 IPO는 고사하고, 정리 해고를 하는 등 기업의 생존마저 불확실했습니다. 그럼에도 Airbnb는 어느 새 IPO를 앞두고 있습니다. 많은 항공사들과 여행사들이 적자와 폐업으로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Airbnb에게 지난 몇 달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여행의 변화

이제 비행기로 먼 거리를 떠나 사람들이 많은 대도시로 향하는 여행은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집에만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저만해도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캠핑을 얼마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기존과 같은 장거리 여행을 포기하는 대신 여행의 거리를 줄여 자동차를 타고 근교로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Airbnb에 따르면 예약의 절반 이상이 500 킬로미터 이내였다고 합니다. 재택 근무가 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호텔 보다는 집 전체를 장기로 빌리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Airbnb는 이 같은 변화를 일찌감치 포착했고, 사이트 개편을 통해 근거리에 위치한 다양한 형태의 주거를 제공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했습니다. 고객의 변화를 인지하고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그 동안 계획하고 있던 미디어, 항공권 등으로의 사업 확장은 중지했습니다. 그 결과 Airbnb의 매출은 3분기 들어 흑자 전환 하면서 정상화 되었고,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여행 수요는 회복이 더디겠지만, 일반 여행의 회복세가 두드러진 점, 소유 자산이 없어 유지 비용이 크지 않았던 점도 Airbnb의 포지셔닝을 고려하면 큰 호재가 되었습니다.

 

[Image 1. 미국 New Hope의 한 숙소 출처: Airbnb (https://www.airbnb.com/rooms/6644554)]

 

 

온라인 여행

코로나 시대에 거의 모든 것이 Zoom化 되었습니다. 회의, 강의, 운동, 공연, 사적인 모임까지 Zoom이 연결하고 있습니다. Airbnb는 Zoom을 기반으로 한 ‘Experiences’를 통해 온라인 클래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 도시의 호스트들은 요리, 음악, 모험, 동물 등의 소재와 지역을 결합해 온라인 여행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호스트와 소수의 게스트들이 다양한 액센트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간접 여행의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여행의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아쉬움을 달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듯 합니다.

 

[Image 2. Airbnb Experiences 출처: Airbnb (https://www.airbnb.com/s/experiences/)]

 

 

독특한 프로그램도 볼 수 있습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로 사람들이 방치한 강아지들을 찾아 먹이를 주고 돌봐 주는 체험은 그 자체로 흔한 경험이 아닙니다. 호스트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자신의 체험을 공유합니다.

국내 여행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이국적인 풍경과 문화를 간접 체험하는 방법입니다. Amazon과 Zoom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Amazon은 강점은 쇼핑과 체험을 결합한 ‘Amazon Explorer’를 시작했습니다. Zoom은 Zoom Meeting를 기반으로 강의와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청결, 정숙

코로나로 인해 청결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숙박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결이 부족했던 Airbnb는 절차를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5단계의 Cleaning process는 준비-청소-살균-체크-마무리 순이며, 지키지 않는 Host는 Airbnb에서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 (https://www.airbnb.com/help/article/2809/what-is-airbnbs-5step-enhanced-cleaning-process)

Lockdown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주거지의 숙소를 빌려 파티를 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문제는 소음과 코로나 감염 위험이 주변의 주거민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Airbnb는 모임의 최대 인원을 16명으로 제한하고. 주위에 소음을 일으키는 이벤트를 금지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여행

코로나 시대에 위기를 겪은 기업은 한둘이 아닙니다. 같은 위기를 맞으면서도 소통을 기반으로 신속하게 움직인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Airbnb가 위기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소통의 강화입니다. 이사회와 구성원 소통의 주기를 줄이면서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창업 12년만에 진행하게 된 IPO가 소통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Arirbnb 예약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던 주요 관광지 비율은 4분의 1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코로나 시대가 바꾼 여행의 모습 중 하나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여행의 모습은 어떻게 다시 바뀔까요? 예전과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도 재택 근무는 코로나 이전보다 활성화될 것이고, 일과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해질 것입니다. Airbnb의 IPO 문서에 COVID-19는 200번 넘게 언급되었습니다.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에 발 빠르게 대응할 Airbnb의 행보를 통해 여행의 변화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