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습한 2020년 여름

 

올해는 정말 덥고, 장마까지 길어 습한 날들이 참 많았다.

특히 피아노에게 있어 유례없이 긴 장마 기간으로 인한 습기는 최악이다.

그래서 피아노 내부에 제습제를 많이 넣어두었으며, 수시로 환기를 시켜 주는 등 관리를 한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 뿐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주기적으로 조율도 받고 했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부터는 연습 시간도 줄어들고 따로 연습실도 구해 놓아 그런지 우리집 피아노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피아노를 잘 활용하지 않는 집처럼 우리집 피아노 위에도 먼지가 쌓이고 피아노 악보 외에도 이런 저런 책이랑 장난감 등이 서서히 쌓여 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건반이 누른 후 되돌아 오지 않는다.

 

8월 초 어느 날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건반을 누르면 되돌아 올라오지 않았다.

오래된 피아노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던 상황이기는 한데 우리집 피아노에서 이 현상을 보게 되니 조금 놀랐다.

 

피아노 연주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창 feel 받아서 연주하고 있는데 연주 중 많이 쓰는 음 중에 하나인 음이 되돌아 오지 않으니 짜증 나고 연주의 흥미가 많이 떨어졌다.

게다가 계속 된 코로나로 인해 피아노 연습실은 아예 갈 생각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피아노 구입? 그런데…….(1)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는 집에서 개인 교습을 하고 있다.

교습하는데 있어 피아노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본인이 어릴 때부터 사용해 오던 피아노는 아니기 때문에지금 낡고 오래된 건반에 문제가 있는 피아노가 이젠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느 날 아내는 내게 새로운 피아노를 구입 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말에 처음에는 당연히 좋다라고 했고 당장 주말에라도 한 번 보러 가자고 이야기 하려는 순간 내 피아노와 내가 30년 넘게 함께 있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가볍게 우리집 피아노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물어보니 어머니께선.

 

너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것이 피아노일거야라는 말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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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낡은 피아노에게 by 피아노포엠]

 

2011년에 발매된 그대로 쓰고 사랑이라 읽는다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이 곡 영상을 꼭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곡은 연주할 때 마다 그 곡의 선율이나 음색 그리고 작곡가나 연주자의 모습들이 머릿속에 떠 오르는데 이 곡은 곡이 아니라 피아노, 아니 정확하게는 우리집 피아노를 떠오르게 한다.

 

30년을 넘게 같이한 피아노에게 내가 불러주는 노래라 할까 그런 느낌으로 이 곡을 연주한다.

 

이 곡은 아직 무대에서 연주해 본 적은 없지만 코로나가 끝나고 언젠가 내가 다시 연주회를 하게 될 때 이 곡을 연주하면서 나와 우리집 피아노의 추억에 대해 청중들에게 이야기 할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