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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홍의 Tech Talk, IT Trend 읽기] 기업 문화의 또 다른 척도, 퇴사 인터뷰
SK(주) C&C 블로그 운영자 2020. 5. 12. 13:29기업 문화는 기업이 구성원들이 뜻하는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바퀴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한 기업의 문화는 어떤 방식으로 점검할 수 있을까요? 구성원 설문과 인터뷰 등의 방법을 통해 구성원들이 생각하고 있는 회사의 현재 모습을 확인하고, 미래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설문이나 인터뷰가 항상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직, 학업, 사내 문제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퇴사를 결심한 구성원들과의 인터뷰가 하나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요? Patagonia와 Netflix는 퇴사 인터뷰를 회사와 구성원의 관계를 살펴 보고 기업 문화를 되짚어 보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Patagonia: 초심으로 돌아가 보기
어떻게 하면 이직률 (Turnover rate) 이 4%에 불과한 기업이 될까요? 스포츠 장비 브랜드인 Patagonia는 낮은 이직률로 유명합니다. 이직률이 낮다는 것은 기업 문화가 탄탄하다는 사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atagonia는 적은 수지만 퇴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인재 채용과 관리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인터뷰의 첫 질문부터 허를 찌릅니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상황과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질문에 집중하게 마련인데, 입사 시점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My first question is not ’Why did you leave?’ I ask ‘why did you join? What compelled you to come to Patagonia, to leave your other job, or your family, or whatever it was?”
‘At Patagonia, exit interviews are rare-but they go deep’, Lila MacLellan, Quartz (https://qz.com/work/1574375/patagonias-hr-leader-has-been-moved-to-tears-in-exit-interviews/)
이어지는 질문들은 개인이 아닌 회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기대를 안고 입사한 구성원에게 회사가 소홀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함입니다. 회사는 기업 문화나 근무 여건 등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고, 개인 역시 그 동안의 직장 생활을 떠올려 보면서 다음 직장에서의 안착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르기에, 마지막을 따뜻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소득입니다.
Netflix: Post-mortem email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장애가 발생하면 ‘Post-mortem’을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이력을 기록합니다. Netflix도 예외가 아닙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Image 1. Netflix의 Post-mortem (https://netflixtechblog.com/post-mortem-of-october-22-2012-aws-degradation-efcee3ab40d5)]
Netflix는 독특하게 퇴사에 관해서도 Post-mortem을 합니다. ‘High performance’를 강조하고 ‘Keeper Test’로 인재를 확인하는 만큼 급여는 최고 수준입니다. 퇴사에 관해 다소 냉정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 구성원의 퇴사에 대해 생각을 모아 본다는 것이 언뜻 들으면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이메일의 초안을 작성하고, 직속 상사와 HR 담당자가 보완합니다. 작성한 이메일을 구성원이 퇴사하는 날에 같은 팀의 동료들과 이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보냅니다. 이직 등으로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구성원은 물론, 해고되는 구성원들도 보냅니다.
왜 회사를 떠나게 되었는지를 기술합니다. 개인적 사유는 제외하지만, 개인의 실책은 포함됩니다. Judgment, Communication, Integrity, Impact 등 Netflix의 핵심 가치를 두고 퇴사의 이유를 살펴 봅니다. 회사의 감사를 빠뜨릴 수 없습니다. 잘 헤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Netflix의 핵심 가치는 ‘Inclusion’이 추가되는 등 변화합니다. (https://jobs.netflix.com/culture) 퇴사 인터뷰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아마도 기업 문화를 쇄신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Link 1. ‘최고와 혁신을 지향하는 기업 문화, Netflix Culture’ (https://jacesky1.wordpress.com/2015/02/14/%EC%B5%9C%EA%B3%A0%EC%99%80-%ED%98%81%EC%8B%A0%EC%9D%84-%EC%A7%80%ED%96%A5%ED%95%98%EB%8A%94-%EA%B8%B0%EC%97%85-%EB%AC%B8%ED%99%94-netflix-culture/)]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회사의 모든 핵심 가치가 모든 구성원들에게 딱 맞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구성원으로 인해 핵심 가치가 훼손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핵심 가치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퇴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메일을 쓰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한 설문에 따르면 구성원의 70% 이상이 유용하다고 답했습니다. 이 과정은 퇴사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퇴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문제와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다음 직장에서의 시작을 좀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드물겠지만 오해가 풀리거나 문제가 해결되어 퇴사를 철회할 수도 있습니다. 구성원과 회사 모두에게 긍정적인 일입니다.
공유
공유는 여러 모로 의미가 있습니다. HR과 소수만이 정보를 갖고 있다면 개선에 미온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공유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회사들 역시 있을 것입니다.) 현황을 공유함으로써 구성원들은 개선을 기대하게 되며, 회사는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임하게 됩니다.
투명함은 소문을 거둬 들입니다. 특히 퇴사 같은 민감한 사안이 불필요한 소문으로 이어져 구성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상황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회사의 허물을 마구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허물을 공개하고 함께 해결해 가는 것입니다.
다만 Netflix와 같은 방식이 개인적으로는 다소 과하게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 같아 불편합니다. 그러나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같이 자칫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점검한다는 측면에서는 생각해 볼 만한 방식입니다.
위기는 기회
채용과 퇴사는 기업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동시에 적지 않은 비용입니다. 적절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첫 단추를 꿰는 중요한 일입니다. 동시에 퇴사를 값진 피드백으로 활용해 다른 첫 단추를 잘 꿰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업 문화의 속살을 어쩌면 가장 솔직히 들을 수 있는 시간이 퇴사 인터뷰일 수도 있습니다. 통계 상의 숫자만으로 알 수 없는 실제를 볼 수 있는 기회일 지도 모릅니다. 다만 진정성을 갖고 퇴사자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형식에 그친다면, 그래서 서 말의 구슬을 꿰지 못한다면 기업은 Lessons Learned를 차곡차곡 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구성원의 퇴사를 기업 문화를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면 기업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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