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가 걸음마 뗄 때, 혹시라도 뒤로 넘어질까 싶어 뒤에서 쫓아가면서 지켜보곤 했습니다. 또 넘어질 때 다치지 않도록 모서리에는 완충장치를 붙이거나 손을 대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제서야 깨닫게 되더군요. ‘, 나도 혼자 큰 게 아니겠구나라고요. 그 동안 몰랐을 뿐, 제 뒤에서 제가 넘어지지 않게 지켜봐 주고 도와주는 이가 많았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제는 베풀 때다 싶어서 작년(2019)에 여러 활동을 시도해 봤습니다.

 

 

 

I. 차올라

 

작년 봄, 회사에서 월드프렌즈 ICT 봉사단의 멘토링을 할 SK 프로보노 지원자를 받았습니다.

월드프렌즈 ICT 봉사단 파견사업은 우리나라의 ICT 인력을 전 세계 개도국에 파견하여 국가 간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에서 제가 과연 멘토링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은 되었지만, 일단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습니다.

저는 콜롬비아로 가게 될 전북대 학생팀(차올라 팀)과 매칭되어 두 달 간 멘토링 활동을 했습니다.

 

마침 학생들과 제가 라즈베리파이와 아두이노에 대한 관심사가 일치하여서 그 주제를 가지고 한 달은 국내에서, 차올라 팀이 콜롬비아 현지에 있던 나머지 한 달 동안은 온라인으로 소통 했습니다.

 

<차올라 팀과 회의 중>

 

차올라 팀은 콜롬비아에서 농업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수행과 함께 현지의 13-17세 학생들 대상으로 아두이노 교육도 병행했습니다. 현지에서 저와 메일 주고 받은 내용이 프로젝트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차올라 팀의 활동 내역은 아래 링크에서 자세하게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ATcY8eKEj9c

 

연말에는 월드프렌즈 ICT 봉사단 활동 성과보고대회 및 시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차올라 팀이 모든 분야(사진/영상/활동)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내 제가 상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II. EVENMAKR

 

가을로 접어들면서, 회사에 또 다른 SK 프로보노 활동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이번에는 프로청사이(프로보노와 청년들의 사회참여 이야기,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주관)에서 활동하려는 청년들이 ICT 멘토를 찾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민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EVENMAKR 팀이었는데요. 국민대가 저희 집과 가깝기도 하여 망설임 없이 지원하여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EVENMAKR 팀과의 활동 사진>

 

초반에는 EVENMAKR 팀 학생들이 전자도서관 구축사업을 하고 싶어해서 제가 PHP 프로그램 언어라든가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대한 가이드를 주기도 했고요. 웹 크롤링이나 데이터 스크래핑 부분은 제 전문이 아니라서 회사 내 다른 전문가를 연결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여러 주제를 탐색하다가 최종적으로는 아두이노를 가지고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고, 연희동에서 초등학생 대상으로 함께 강의하기도 하였습니다.

 

<EVENMAKR팀과 ICT 교육 활동 중>

 

멘티 학생들이 열심히 활동한 덕에 20여 개의 프로청사이 참여 팀 중 우수 활동 팀으로 선정되어 상을 받고, 발표를 할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프로청사이 활동 공유회에서의 발표 동영상입니다.

https://youtu.be/3xUQsK-t9Zo

 

 

 

III. 레고 X 아두이노 X 라즈베리파이

 

대학생들과 멘토링을 진행하다 보니, 멘티들은 접근성이 쉬운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를 많이 활용하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 활용되는 것들은 아니기 때문에, 예비 멘토를 위한 강의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에는 자신의 관심 주제에 대해 다른 사내 구성원들과 나눌 수 있도록 자유롭게 강의를 개설할 수 있는 누구나 학습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저는 레고 X 아두이노 X 라즈베리파이라는 제목으로 누구나 학습 강의를 개설하여 현재까지 3, 50여 명의 구성원들과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레고 X 아두이노 X 라즈베리파이 강의 진행 모습>

 

 

이 과정을 준비할 때에는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기자재 준비가 많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누구나 학습 담당으로 지원해 주신 김성숙 선임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수강생 모집에는 자사의 프로보노 활동을 담당하고 계신 차승은 수석님께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첫 수업 때에는 이전에 시도된 적이 없던 방식이라, 수강생들의 반응이 어떨까 많은 긴장을 했는데요. 다행히 수강생들이 레고로 만든 자동차를 아두이노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 아이처럼 신나게 즐겨 주셨습니다.

  

<레고 X 아두이노 자동차>

 

한 수석님께서는 엄마 회사에서 이런 것도 한다고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하시면서, 본인이 조립하고 작동시킨 자동차의 동영상을 찍어가기도 하셨습니다.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IV. 창의체험학습

 

겨울로 접어들면서, 회사에서 초등학교 창의체험학습 강사로, ‘미래혁신을 이끄는 인공지능프로보노 모집을 했습니다. 이 활동은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인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소개하고 보드게임을 통해 인공지능 학습원리를 가르치는 활동입니다.

 

창의체험학습 활동에도 프로보노로 지원하여, 사전 교육을 받고 회사 근처의 초등학교에서 강의 진행을 했습니다.

 

 

<창의체험학습 진행 사진>

 

초등학교에 가서 강의하고 게임 진행까지 한다는 것 역시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많은 긴장을 했지만, 같이 진행해 주신 김인수 수석님과 강의를 즐겨 준 학생들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학생들 덕택에 제가 많은 기운을 얻어오기도 하였습니다.

 

 

 

맺음말

 

 

존 손메즈의 <소프트스킬>에서는 멘토링을 하면서 멘토가 받는 선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멘토가 되면 보통 멘티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다. 해당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멘토 역할을 하려면 '?'라는 질문과 씨름해야 한다. '이 말은 왜 옳은가?', '이 일을 할 때 왜 이 방법을 써야 하는가?' 등의 질문 말이다. 사람은 '?'라는 질문을 마주해야 지금까지 자신이 그 답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답을 찾는 동안 해당 주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며, 때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멘토가 되다 보니 부담감도 있었지만,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IoT, AI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졌고, 가르치면서 제가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StackOverflow(프로그래밍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는 사이트) 공동 창업자인 제프 앳우드는 <코딩 호러가 들려주는 진짜 소프트웨어 개발 이야기>에서 강의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강의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했을 때 정말 중요한 것은 수강생들이 전보다 더 많이 알도록 돕는 데 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말이다. 당신보다 재능이 있는 개발자가 수천 명 있다는 사실에 기죽지 말라. 당신에게 열정이 있는 데 재능이 무슨 필요란 말인가?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보다는 수강생이 배움 이전보다 이후에 얼마나 더 많이 알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면 내가 가진 지식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내가 과연 멘토가 될 수 있을까?’ 망설이지 말고 프로보노 혹은 재능기부 활동에 지원하시길 바랍니다.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에 큰 기여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