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5‘KBS 스페셜에서는 [기계와의 대화]라는 주제의 방송을 했습니다방송에서 XLGAMES 송재경 대표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했습니다(송 대표는 세계 최장수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 PC방 열풍을 이끈 리니지개발자입니다).

코딩을 하게 되면 약간 몰입이 됩니다. 머릿속에서 복잡한 부분들이 막 짜 맞춰지면서,  하다 보니 해가 떴네? 뭐 이런 느낌’. 몰입되는 게 좋은 점도 있습니다

세상 만사 어떤 시름... 그런 걸 좀 잊고, 몰입되는 동안에는(하하하).

또 방송에서는 코딩을 즐기면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행사  '메이커 페어 서울 2018' 를 취재했는데요. 이 행사(메이커 페어 서울 2018)에 참여하고 준비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노력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후 이야기를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1. 메이크코리아 인터뷰

[2018 5]

저는 메이커 페어 서울’ 2016, 2017년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2016년에는 레고로 만든 자격루 디지털 시계를, 2017년에는 레고로 만든 거북차 가습기를 출품했습니다.

(좌)2016년 자격루 레고 디지털 시계 (우)2017년 레고 거북차 가습기


회사 블로그에 관련 포스팅을 하기도 했습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에 두 번 참여한 인연이 있어서, ‘메이커 페어 서울행사를 주최한 메이크코리아로부터 2018 5월 초에 다음과 같은 메일을 받았습니다.


‘[메이크코리아] 원종윤님 안녕하세요. 인터뷰 요청드립니다.’


믿기지가 않더군요. 제가 인터뷰를 하게 되다니!
메일 읽자마자 인터뷰에 응한다고 회신을 보낸 후, 몇 번 더 메일 주고 받다가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내용 참조: 메이크코리아 홈페이지 (https://make.co.kr/레고로-자격루·거북차-만들어요)


인터뷰 때 2018년 메이킹 계획과 관련하여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새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고 지금의 자격루와 거북차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갈까 해요. 제가 지금 IT 기업에 13년째 근무하면서 B2B IT 시스템 구축도 해봤고 지금에 와서는 운영 파트를 도맡아 하고 있는데요. 두 분야를 모두 경험해보니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 못지않게 운영 혹은 고도화 작업도 중요하더라고요. 인생의 큰 프로젝트인 결혼도 구축으로써 중요하지만 출산·육아 등 가정생활의 고도화도 역시 중요한 것처럼요. 그래서 2018년에는 레고도 고도화에 집중해 보겠다는 생각이에요. 제 일이 운영이다 보니 이런 욕심이 더 드는 것 같기도 하네요.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말씀 드렸습니다.

사실 지금의 제 자격루는 본래 자격루의 절반만 구현한 거예요. 물 항아리 부분이 없이 북 치는 장치까지만 있죠. 그래서 물로 시간을 재는 나머지 절반도 모두 만들어보고 싶어요. 항아리마다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해보려 하는데 어떻게 할지는 고민 중이고요.

인터뷰 한 바와 같이, 2018년에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에 만든 것을 고도화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2. 메이커 페어 서울 2018 참가

[2018 5]

자격루의 물항아리로 물은 어떻게 넣을까 생각하다 보니, 조선시대 강수량 측정 기구인 측우기를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측우기에서 물을 측정한 다음, 일정량 물이 차면 자격루를 작동시키는 기구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측우기와 자격루를 합쳐서 측우자격루로 지었습니다.

먼저 자격루의 완성된 모형을 만들어 보기 위해, 자격루 조립 교재(만들면서 공부하는 한국사: 자격루)를 사서 조립해 봤습니다.

(좌)고궁박물관의 자격루 복원 모형 (우)자격루 조립 교재



다음에는 측우기 자료 조사에 나섰습니다. 현장 답사를 하려고 알아보니, 측우기는 기상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상청 1층에 측우기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사전 견학 신청해서 평일에만 관람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찾아서 측우기를 만들어 보기를 시도했습니다.

먼저 집에 있는 레고 부품들을 가지고 측우기 모형을 만들어 봤습니다.

레고 부품으로 만들어 본 측우기 모형


[2018 6]

무게+수위 조합으로 물이 일정량 이상 되면 측우기에서 자격루로 물이 흘러가는 것을 구상해 봤습니다. 다만, 물 대신에 작은 레고 부품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무게 측정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 보니, 무게센서(Load Cell)를 이용한 아두이노 저울 키트를 발견하여 구매했습니다.

구매한 제품의 별도 매뉴얼이 없어 검색을 통해 중국어로 된 매뉴얼만 찾았지만, 중국어를 모르기에 매뉴얼의 사진만 참고하면서 조립했습니다. 그래서 아크릴판에 붙어 있는 스티커 떼어야 되는 줄 모르고 조립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아두이노 소스를 활용해서 저울에 무게 표시되게 하는 것도 생각처럼 금방 되지는 않았지만 직접 저울 만드는 것은 정말 재미 있었습니다.

(좌)아크릴판 스티커 떼기 전 (우)완성 사진


다음으로, 측우기에 들어 있는 물(레고 부품)을 수위센서로도 측정해서 측우기에서 레고 부품이 나오고, 이를 통해 자격루를 움직이게 하고자 했습니다.

수위센서를 구입해서 아두이노와 연결하고 테스트해 본 결과, 물은 인식되지만 레고는 인식하지 못하더군요. 수위센서 사용은 포기하고 무게 측정해서 측우기에서 레고 부품이 나오도록 하려 했습니다.


수위 센서: 물은 인식하지만 레고는 인식하지 못함


이 즈음에 메이커 페어 서울 2018’ 접수가 시작된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프로젝트 접수를 했습니다.



(좌)접수 확인 메일 (우)등록신청 확인서


자격루의 물항아리 부분 구현을 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레고 부품을 이용하여 다양한 시도를 해봤습니다.


자격루 물항아리 제작 시도



측우기의 원기둥 모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싶어 인터넷을 참고해 만들어 보기도 하고, 물 흐르는 장치를 어떻게 만들어 볼까 구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좌)레고로 원기둥 만들기 (우)물 흐르는 장치 구상



[2018 7]

‘Bricklink Stud.io’라는 레고 모델링 툴로 물항아리 부분을 만들어 본 다음, 레고 부품 거래 사이트 (http://bricklink.com) 통해서 부품 주문을 했습니다. 주문한 사이에 메이커 페어 서울 2018 주최측으로부터 심사 통과 메일 받기도 했습니다.

(좌)자격루 모델링 작업 (우)메이커 페어 서울 2018 참가 승인 메일


측우기에서 자격루 작동시키는 부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계속 고민을 했습니다. 원래의 자격루는 물의 부력을 활용하여 작동시키는데, 제가 만드는 자격루는 물 대신 레고 부품으로 작동시켜야 해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봤습니다.

자격루 작동 장치를 위해 시소도 만들어 보고, 도르래도 만들어 봤습니다. 작업하다 보니 수백 년 전에 자격루 만든 선조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격루 작동 시도: 시소와 도르래



[2018 8]

주문한 부품들이 모두 와서 자격루 물항아리 있는 부분을 만들어 봤습니다.

자격루 물항아리 부분 조립


테스트를 계속 하다 보니, 물 대신 사용한 레고 부품이 모양이 아니어서 제대로 안 내려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레고의 부품을 찾아 봤으나 가격이 많이 비싸더군요(개당 1,600원 이상). 인터넷 검색 통해 같은 크기의 구슬 제품을 영국 아마존(https://www.amazon.co.uk/)에서 찾아 구입했습니다(개당 130). 작품 만들려고 하다 보니 영국 아마존을 이용하게 될 날도 오더군요.

자격루 물항아리에 계속 걸려서 레고 대신 구입한 구슬


측우자격루제작하면서 기계장치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니 ‘GBC(Great Ball Contraption)’라고, 레고로 만든 각종 기계장치를 이용해 레고 공을 움직이는 창작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Akiyuki님의 ‘Railway System: Reverse module V-type’을 따라서 만들어 봤습니다. 만들어보니, 측우기-자격루 연결부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Akiyuki님의 허락을 받고 응용했습니다.

참고한 웹사이트: https://akiyuki.jp/en/works/889 

먼저 해당 작품의 ‘Loading Unit’을 조금 변형하고 높이 조절해서 자격루 물항아리로 구슬이 이동하는 것까지 만들었습니다. Loading Unit 아래에 구슬을 올려놓고 작동 시키면 경사로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가 맨 위에 있는 물항아리로 구슬을 올려주는 구조입니다.

Loading Unit 활용하여, 높이 맞춰주고 자격루 물항아리 부분과 결합한 모습



[2018 9]

2016년에 맨 처음 숫자 LED 만들 때에는 퇴근하고 작업을 해서 주로 야간에 작업했습니다. 야간 조명 기준으로 숫자 LED를 만들다 보니, 외부 조명이 밝을 때에는 숫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숫자 표시 부분을 더 밝게 해서 숫자 LED 모듈을 다시 만들었고, 글자도 더 키웠습니다.

숫자 표시 LED를 더 밝게 하고, 각 숫자를 더 크게 새로 만듦


평일에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기상청 견학 신청을 하고 측우기를 구경하고 왔습니다.


(좌)기상청 로비에 전시된 측우기/측우대(복제본) (우)측우기와 측우대 설명


기상청 바깥에는 풍기대(풍기-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측정하는 기구-를 세운 받침대), 양부일구(해시계) 등 다른 기상관측 기구까지 볼 수가 있어서 견학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럴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좌)측우기/측우대, 풍기대, 양부일구 (우)가까이에서 본 양부일구


앞서 소개한 해외 작가(Akiyuki)‘Unloading Unit’을 개조하여 측우기를 기울이는 모듈까지 마무리 짓고 나니, 대략적인 윤곽이 나왔습니다.

(좌)측우기 모듈 조립 (우)측우기 모듈-자격루 물항아리 전체 결합한 모습>


막바지에 이르러 아두이노 저울 키트로 측우기의 무게 인식하여 적외선 송신기에서 레고 적외선 수신기로 신호 보내려 했는데요. 테스트 하는 도중에 선 연결을 잘못 해서 적외선 송신기의 LED가 깨졌습니다. 백업 부품도 없고 메이커 페어 직전이라 다시 구매할 시간이 없어 결국 포기했습니다. 백업 부품을 꼭 사둬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좌)적외선 송신기 연결 테스트 (우)LED가 깨진 적외선 송신기


자격루 물항아리에서 구슬을 자격루로 보내 어떻게 작동시킬지 계속 고민했는데요(앞에서 시소/도르래 만들어 봤던 부분). 사내 ‘IoT 제작 역량 소그룹에서 이 이야기를 하니 소그룹 멤버 중 최정 수석님께서 압력 센서가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공유하면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꼭 도와주곤 합니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는 여러 군데 공유하고 질문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압력 센서와 라즈베리파이를 연결해서 테스트까진 잘 되었는데 막상 납땜하고 연결하려 하니 작동하지 않더군요. 테스트하면서 ADC(Analog-to-digital converter,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주는 장치)를 공부해보고 실습해 본 것에 만족하고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메이커 페어에서는 자격루(自擊漏) 대신 타격루(打擊漏)로 시연하기로 했습니다.

(좌)압력 센서 테스트 (우)압력 센서 납땜 연결 후


적외선 거리 센서를 사용해서, 측우기에서 떨어진 공을 센서에서 인식하면 컨베이어 벨트로 구슬을 올리려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다 보니 크기 가늠이 잘 안 되어, 센서와 커넥터가 서로 다른 사이즈를 구입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용산의 오프라인 매장으로 달려가서 다시 제대로 된 모듈을 구입하고 아두이노와 연결하여 센서 작동 테스트까진 했으나, 시간 관계상 구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좌)잘못 구입한 적외선 거리 센서와 커넥터 (우)적외선 거리 센서 테스트


최종적으로 모양 구상부터 기능 고도화, 센서 구현까지 다 하려다 보니 구현 범위가 너무 커져서 포기한 부분이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센서(무게 센서, 거리 센서, 압력 센서)를 사용하려던 부분은 포기하고, 리모컨과 태블릿 PC를 통해 측우자격루를 작동시키기로 하고 작품 제작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측우자격루 전체 사진


다음은 메이커 페어 때의 소개 자료 중 기능 상세 설명 자료입니다. PLAN A는 원래 하고자 했던 부분이고, PLAN B PLAN A가 실패하여 PLAN B로 변경한 내용입니다.

기능 상세 – 측우기




기능 상세 – 자격루A



기능 상세 – 자격루B



자격루B 부분은 2016년 메이커 페어 때 만든 자격루 모델 거의 그대로 구성했습니다. 태블릿 PC 화면에서 버튼 누르면 공유기 통해서 LED의 세계시간을 바꾸거나, //징 미니피겨가 움직임과 동시에 소리가 납니다.

 

작동 동영상: <레고 측우자격루>

 

당초 계획했던 대로 PLAN A까지 구현하지 못해 결과가 조금 아쉽지만, 센서 연구하면서 얻은 지식들은 다음 번에 더 좋은 작품 만드는 기반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일정이 자유로운 점이 오히려 문제가 되어 일정 관리에 실패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 유념해서 개인 프로젝트 때 일정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2018 9 29~30]

드디어 메이커 페어 서울 2018’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 2018 전시장 – 서울 문화비축기지


이번이 세 번째 메이커 페어 행사 참석이다 보니 낯익은 분들이 많더군요. 이전에 뵈었던 메이커분들이 많아서 서로 이야기할 여유도 있었습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 2016’에서는 첫 참가라서 대중 앞에 나서기가 참 쑥스러웠는데, 이제는 미리 설명자료도 만들어서 준비하는 등 계속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 행사에서 작품을 보셨거나 제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 읽어 보셨다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조금씩 있으니 격세지감을 많이 느낍니다.

처음 메이커 참가했을 때 세상에 신기한 것을 만드는 메이커가 많다고 느꼈다면, 해가 갈수록 메이커들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기발한 물건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부산에서 온 초등학생들이 아두이노로 여러 제품 만들어서 출품한 것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2년 전에 제 옆 부스 메이커에 보조요원으로 오셨던 ‘59세 메이커 아두이노 맘께서는 행사에서 팔 수 있는 물건도 여럿 만들어 오시기도 했습니다. 아두이노 맘께서는 중고등학교에서 아두이노 강의를 활발하고 하고 계셔서 많은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행사 기간 동안에는 사내 IoT 제작 역량 소그룹 멤버 분들도 많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소그룹 멤버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 드립니다.

IoT 제작 역량 소그룹의 최정 수석님, 차일환 수석님과 함께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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