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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일년 반 가량 머무른 적이 있었습니다. 첫 미국행이라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는 점들도 있었습니다. 어느 나라든 해외 체류가 그렇겠지만, ‘몸이 아프면 어떡하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공교롭게 『화씨 9/11Fahrenheit 9/11 의 감독 Michael Moore가 마침 『식코』 SiCKO 라는 영화를 내놓았습니다. 미국의 민영 의료 보험을 비판하는 영화로, 논란이 거세긴 했지만 비효율성과 빈곤층 소외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미국 내 제도 개혁 1순위가 의료 보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mazon + Berkshire Hathaway + J.P. Morgan

의료 보험은 복잡합니다. 잘 모르고 가입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에 가입자는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Amazon, Berkshire Hathaway, J.P. Morgan. 세 회사가 합심했습니다. 기존 의료 보험은 만족도가 떨어지는 반면, 가격은 대체로 높습니다. 어떻게 하면 만족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출 수 있을 지가 고민의 출발이었을 것입니다.

독립 회사를 설립해 우선 50만명에 이르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특히 Amazon 같은 대기업이 구성원들의 의료 보험료 지원을 위해 지출하는 금액 자체가 큽니다. 구성원 복지의 만족도와 가격 합리화를 재고할 수 있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Link 1. ‘Amazon’]

 

Technologies

구체적인 그림이 제시되지 않아 어떤 모습의 의료 보험이 탄생할지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언론 발표를 통해 예측해 볼 수 있는 단서는 ‘Technologies’입니다. Amazon의 기술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Amazon은 서비스 곳곳에서 Machine Learning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Deep Learning 기반의 상품 추천은 보험 상품 추천으로 이어질 수 있을 듯 합니다. Amazon이 그릴 그림이 의료 보험 상품을 넘어 치료, 약품, 건강 검진 등을 포괄한다면 상품 추천의 정밀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병 예방을 위한 가이드 제공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Amazon의 당일 배송 서비스가 얼마 전 취득한 약국 면허와 만나면진료처방전약국의 흐름을진료약 당일 배송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Platform

Amazon이 가장 잘 하는 것, 바로 ‘Platform’입니다. ‘Amazon Go’가 대중에게 공개된 후 나왔던 예상 시나리오 중 하나는 무인 편의점 기술을 Platform 해서 다른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의료 보험 역시 Stakeholder들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Platform으로 만들어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Amazon의 실험이 구성원들에게 성공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Link 2. ‘Amazon Go’]

 

Obama Care를 넘어

미국 정부가 의료 제도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Obama Care’를 통해 Coverage를 높이고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면서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정부가 발 벗고 나서도 혁신이 결코 여의치 않습니다. Oscar Health, Bright Health 등 여러 Tech Startup들 역시 시도하고 있지만, 두드러진 혁신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혁신으로 수 백만, 수 천만의 고객이 움직일 것 같지만 의료에서만큼은 고객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신규 시장의 확대가 어렵기 때문에 마진 역시 낮게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발표로 민간 대기업이 도전장을 낸 셈입니다.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과연 해 낼 수 있을까요?

‘Entrepreneurship’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특유의 스피드와 효율성으로 사회적 문제에도 도전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사회 혹은 국가 경제라는 큰 그림을 보면서 문제를 해결한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우려가 없지는 않습니다. 국가의 일에 효율성만을 앞세울 수는 없으며, 혹여 그들만의 리그만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