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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대학생들이 공부하느라, 취업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부족한 시간을 기꺼이 ‘기부’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나의 공강 1시간이 누군가의 소중한 한 끼가 되는 착한 아이디어, ‘십시일밥’을 소개합니다.


십시일밥 이호영 설립자


공강시간을 모으면 소중한 한 끼가 됩니다

 
‘십시일밥’은 수업이 없는 공강시간을 활용해 학생식당에서 봉사를 하고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취약계층 학우에게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대학생 비영리단체입니다. ‘10명이 한술씩 보태면 1명이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에서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요. 여럿이 공강 한 시간씩을 모으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친구의 소중한 한 끼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십시일밥의 봉사자 학생들은 공강시간이 되면 학생 식당으로 향합니다. 보통 한 식당에는 3~4명의 봉사자 학생이 근무를 하는데요.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 설거지, 배식, 홀정리 등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봉사자 학생들의 근무 대가는 한 달 기준으로 정산돼 식권으로 지급되죠. 이렇게 모인 식권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끼니를 챙길 시간이 없고, 식비를 마련하기도 힘든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전달되는데요. 취약계층 학생이 재학증명서, 소득분위증명서 등의 서류를 십시일밥으로 보내면 2달 간격으로 6~7만원 상당의 식권이 등기우편으로 배송됩니다.




한양대에서 소규모 동아리로 시작했던 것이 건국대, 연세대, 경희대 등으로 확산됐고, 현재는 전국 29개 대학, 52개 식당에서 십시일밥 학생 봉사자가 활동 중인데요. 누적 봉사인원은 4200여 명이고, 2200여 명의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약 3억원 규모의 식권이 기부됐습니다.
  
 

학생식당 설득에만 3개월 걸려

 
십시일밥은 지난 2014년, 대학생이던 설립자 이호영 씨의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됐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식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낀 그가 공강을 활용한 식권 기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죠. 이호영 설립자는 동아리 형태의 봉사단체 ‘십시일밥’을 조직했고, 전국 대학생에게 ‘공강 기부’라는 새로운 봉사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숙식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우연히 학생식당에서 그 친구가 밥 먹는 모습을 봤죠. 식사를 끝낸 일행의 식판을 가져가 리필이 가능한 밥과 김치만 담아와 먹더라고요. 그 친구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강도 없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는데, 이렇게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보고 캠퍼스 내 빈부격차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이 친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십시일밥이었습니다.”

 
 



봉사자를 모으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대한 의지는 충분했기 때문이죠. 특히 수혜자가 같이 수업을 듣는 학우라는 것에 많은 학생들이 두 팔 걷어 부치고 나섰습니다. 문제는 식당을 섭외하는 것이었죠. 흔쾌히 승낙할 것이라 예상하고 찾아간 학생식당에서 이호영 설립자는 잡상인 취급을 당하며 쫓겨나기 일쑤였습니다. 식권 기부라는 개념이 생소하고, 학생들의 업무 숙련도가 낮아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이호영 설립자는 식당 설득에만 3개월 이상의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시급 대신 식권을 지급하면 인건비 지출이 매출로 돌아와 이득이라는 점을 어필해 결국 승낙을 받을 수 있었죠.

“보통 학생식당 근로자분들은 계약직 형태로 고용되는데, 만약 식당을 십시일밥 봉사자가 채우고 있으면 일자리를 침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십시일밥은 일손이 부족한 점심시간 11시부터 2시까지만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지금은 식당 근로자분들도 십시일밥 봉사자들을 환영해주시죠.”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익 모델을 고민하다

 
최근 십시일밥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고 하는데요. 식당 봉사 후 식권을 받던 기존의 방식 대신임금을 받기로 한 것이죠. 지속가능한 십시일밥을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고 합니다.
 
“십시일밥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변화를 늘 고민합니다. 봉사자들의 보험 가입비, 위생복 구입, 등기우편 비용 등이요. 처음에는 모두 개인 사비로 충당했어요. 하지만 십시일밥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민 끝에 식권 대신 임금을 받고, 그 중 20%는 운영비로 사용하기로 했어요. 나머지 80%로는 식권을 구입해 제공하는 것이죠.”
 

이러한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십시일밥은 전국 소셜벤처 경연대회 대상,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최우수상,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소셜 이노베이터스 테이블의 강연자로 서게 된 십시일밥 이호영 설립자(왼쪽)


최근에는 SK행복나눔재단의 소셜 벤처 네트워킹 플랫폼 ‘소셜 이노베이터스 테이블(SIT)’에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청년 사회혁신가를 성장시키는 협력 방식’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모임에서 이호영 설립자는 십시일밥의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자본이나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청년 사회혁신가에게는 미디어 활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하는데요. 힘들었던 식당 섭외 등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후에는 순조로웠다는 사례 등을 전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십시일밥의 뜻에 공감해주시고, 사회혁신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했어요. 특히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분들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만족스러웠죠. 많은 분들과 교류했고, 미팅을 기약했습니다. 사회혁신은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공강시간을 기부하는 십시일밥 학생 봉사자들


십시일밥은 캠퍼스 내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학생들이 학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공정한 출발선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묵묵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친구를 위해 기꺼이 공강 시간을 나누는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 대학을 넘어 사회 곳곳으로 전달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