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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째 설거지가 쌓여있다. 늘 먼저 고무장갑을 집어드는 쪽은 룸메이트다. 우리는 같은 자극에 먼저 반응하는 쪽을 가리켜 반응역치가 낮다고 말한다. 여기서 자극은 설거지가 쌓여 있는 정도이며 먼저 반응하는, 즉 반응역치가 낮은 쪽은 룸메이트다.
생물은 외부환경의 변화, 즉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킨다. 생물학적으로 이 반응을 일으키는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역치(threshold value, 閾値)라고 한다.
하세가와 에이스케의 「일하지 않는 개미」에서는 개미가 일을 하는 필요성에 대한 역치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개미별로 일을 하도록 하는 반응역치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일개미 중 20%만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이다.
게으른 개미에 대해 상상해 본적 있는가?
게으른 개미는 비난 받아 마땅한가?
그렇지 않다. 모든 개미가 열심히 일한다면 그것은 개미들 모두에게 재앙이다. 일을 하지 않는 80%의 개미는 예측할 수 없는 자연상태에 대응하기 위한 여분의 자원이다.
개체의 운명은 집단이 잘 돌아가느냐에 크게 의존한다. 일하지 않는 개미가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종에 얼마나 유리한 성질을 가져다 줄지 모른다.
일하던 개체가 피곤해서 일을 하지 않게 되면 일이 처리되지 않고 남기 때문에 노동자극이 커서 지금까지 ‘일하지 않던’ 개체가 있는 시스템, 즉 반응역치가 다른 시스템이 있는 경우에는 이 녀석들이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녀석들이 피곤해지면 이번에는 쉬고 있던 개체가 기운을 회복해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일률적으로 일을 하다가 결국 지쳐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 상태는 군락에 치명적이다. 장기간 존속이 어렵다. 잉여 노동력 안에서 개미의 생태는 창의성과 영속성을 갖을 수 있다.
일하지 않는 개미는 사회의 이익에 무임승차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배신자가 아니라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존재’이다. 실제로는 유능하지만 앞을 내다보기 때문에 지금은 활약하지 않는 존재, 이것이 바로 ‘일하지 않는 일개미’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더러운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청소기를 드는 사람, 쌓여 있는 일을 지나칠 수 없어 일을 처리하는 사람. 언뜻보면 행동하는 이들만이 사회를 유지하는 원동력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개미의 생태를 빚대어 보면 그 반대편의 사람들은 또 다른일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해 두는 것이다. 그렇게 인류는 유지되고 세상은 진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심리학을 통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의 원인을 알기를 원한다.
동기(motive)란 사람의 외부나 내부에서 작동해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힘이다. 영국의 한 경제학자는 “평범함 사람이 비범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사람은 리더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동기부여(motivation)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리더의 덕목이라는 것이다.
리더는 고민한다.
“어떻게, 강력하게 지속되도록 효과적으로 동기 부여를 할 것인가?”
2007년 가을 미국의 뉴욕, 워싱턴, 시카고, 달라스 등지에서 성적 우수자에게 기준을 세워놓고 현금을 지급했다. 교육을 경제논리로 접근한다는 비판 때문에 미국 내에 큰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학생들 1만 8천명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3년 동안 무려 630만달러(약 70억원)를 사용했다. 돈을 받은 아이들은 수업에 더 열심히 참여했고 시험 점수도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효과가 매우 단기적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3년에 걸친 프로젝트는 현금 보상이 학습 능력을 눈에 띄게 향상시키지 못한다는 결론만을 얻었다. 이 실험은 2010년 4월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자 롤란드 프라이어(Roland Fryer)의 연구결과로 발표되었다.
사람을 오래 지속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보상∙처벌과 같은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 보다는 흥미∙호기심∙성취∙협동∙관계와 같은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실험 결과 외재적 동기를 받았을 때 내재적 동기는 사라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오리 브래프먼의 「스웨이(Sway)」에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의 관계를 잘 설명해주는 스위스 어느 작은 마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스위스 어느 작은 마을에서는 핵 폐기물 처리 시설을 놓고 주민들이 제안을 수락하는지 여부에 대한 실험을 한다. 시설물에 대한 위험도를 알렸음에도 주민들은 공공성과 도덕성 이유로 찬성을 한다. 하지만 그 찬성율을 더 높이기 위해 얼마 후 그들에게 금전적 보상으로 매달 2200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하자 찬성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만다. 돈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자발적 의욕을 저해하고 핵 폐기물 시설이 자신들의 생각보다 더 위해한 시설임을 부각시켰다.
금전적 보상이라는 외재적 동기를 받았을 때 공공성과 도덕성이라는 내재적 동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면, 그 진정의 마음을 흔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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