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긷는 디자인, ‘제리백’
Storyteller/Life Story | 2017. 5. 2. 10:21
아프리카 우간다에서는 여성과 아이들이 물을 긷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위험한 길을 걷습니다. 디자인 회사 ‘제리백’ 대표이자 제품 디자이너 박중열 씨는 이들을 돕기 위해 물통 가방을 만들었는데요. 아이들이 물을 뜨러 다닐 때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됐죠.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제리백’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박중열 대표는 우간다의 아이들이 플라스틱 물통을 힘들게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본 후, 물통을 넣어 등에 메고 다닐 수 있는 가방 ‘제리백’을 고안해 냈다
모든 이미치 출처: 제리백 제공
우간다 아이들을 위한 물통 가방
우간다에서는 보통 10살 정도의 아이들이 10L, 그 보다 큰 아이들은 20L의 노란색 플라스틱 물통을 손으로 들거나 머리에 이고 가는데요. 일명 제리캔(Jerrycan)이라 불리는 이 물통은 뚜껑이 없고 무거워서 운반하기 힘듭니다. 또한 인도와 차도가 분리돼 있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해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아이들도 많죠.
유니셰프 봉사활동차 우간다를 방문했던 제품 디자이너 박중열 대표는 이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생각했고, 2014년 우간다의 재래시장에 디자인 회사 ‘제리백(Jerrybag)’을 설립해 물통 가방을 나눠주는 일을 했습니다.
지난 2016년 굿네이버스와 함께 우간다 아이들에게 가방을 전달했다
“‘큐드럼’이라고 굴리는 물통이 있어요. 그런데 우간다는 산악 지형인데다 돌이 많아서 굴리는 게 더 힘들어요. 지역에 맞고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많은 생각 끝에 제리캔을 넣을 수 있는 물통 가방인 제리백을 만들기로 했어요.”
제리백은 우간다 아이들이 제리캔을 넣어 등에 메고 다닐 수 있도록 고안된 가방인데요. 가방을 매면 양손이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는 리플렉터(반사) 스티커를 가방에 부착해 교통사고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깨끈의 모양을 어깨를 넓게 감싸는 형태로 하고, 자신의 몸에 맞게 끈을 조절하고 허리에 묶을 수 있게 만드는 등 전체적으로 무게를 덜어주는 디자인을 적용했죠.
지금 할 수밖에 없는 일을 찾아서
우간다로 봉사활동을 떠났던 당시, 박중열 대표는 핀란드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 석사 과정을 밟는 유학생이었습니다. 그는 대학시절, 졸업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한 다음부터는 자신의 삶을 덤으로 생각하며, 쓸모 있는 곳에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래서 핀란드에서 공부할 때도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췄죠.
“햇살이 들어오는 개인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는 제 모습을 상상했었어요. 하지만 그건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우간다에서 스튜디오를 내고 작업을 하는 건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공부했던 핀란드 유학 시절 모습
박중열 대표는 핀란드에서 촉망받는 디자이너였습니다. 그가 만든 테이블은 핀란드의 대표 디자인을 소개하는 책에 실렸을 뿐만 아니라 현지 언론에 인터뷰 요청을 받기도 했죠. 그럼에도 그는 핀란드에서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1년에 5~6개월 동안 우간다에서 지냈습니다. 우간다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었기 때문이었죠.
“아이들에게 제리백을 나눠주고 다음날 교회 예배에 참석했어요. 그런데 한 여자 아이가 제 손을 꼭 잡으면서 가방이 너무 좋다고,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오더라고요. 우리가 하는 일이 절대 쓸모 없는 일은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팔리는만큼 기부되는 제리백
제리백은 1+1 방식으로 우간다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는데요. 소비자가 제리백을 사면 NGO를 통해 우간다 아이들에게 가방이 하나씩 기부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재리백은 재봉 교육을 받은 우간다의 여성들이 함께 만들고 있는데요. 우간다 사람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자립을 위해서입니다.
현지 재료를 사용하고 지역민들이 가방을 생산해 우간다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현재 저는 SK행복나눔재단에서 실시하는 ‘KAIST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디자인 중심, 우간다 현장만을 생각해서 사업을 진행했지만, 과정에 참여한 후부터는 경영자 마인드를 많이 배우게 됐죠. 특히 소비자를 중심으로 제품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게 큰 성과입니다.”
앞으로 ‘제리백’의 목표는 소비자가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이를 많이 팔아서 우간다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인데요. 우간다에 디자인 스쿨을 지어 지역 사람들과 함께 연구하고 싶다는 박중열 대표. 따뜻한 디자인으로 더 많은 아이들의 희망을 길어 올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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