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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따라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함께 보고 싶은 예쁜 풍경이 많다.
두 강이 마주치며 빚어내는 신비한 물안개의 두물머리, 계절마다 다른 색을 뽐내는 아침고요 수목원, 은빛 물결이 예쁜 북한강 등은 어디에 가면 좋을까라고 생각하자마자 떠오르는 가까운 명소들이다. ‘문호리 리버마켓’ 역시 서울 근교 한강변 한 켠에 마련된, 아기자기하고 생동감 있는 지역 농부와 예술가들의 생기 넘치는 장터이다.
따뜻한 봄 날씨를 맞아 아이들과 함께 문호리 리버마켓에 가보았다.
'문호리 리버마켓 방문기'
총평
강변 드라이브를 즐기며 봄 나들이를 하고 싶은데 마땅한 기착지가 없다면 생각해 볼 만한 곳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아기자기 소박하면서도 알록달록 화려한 시장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 강변 옆 풀밭에서 열심히 연을 날리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따뜻한 웃음이 나온다. 새로 산 연의 실패를 쥐고 애처럼 뛰어보지만 넘치는 자신감이 무색하게 땅에서 끌리는 연을 보면 속상하기도 하다. 옆에서 어이 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초리는 덤.
물가가 싸지는 않다. 가게 한 켠에서 파는 호박조차 팬시한 리버마켓 답게 가격대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선뜻 지갑을 열기는 어렵다. 저렴한 플리마켓이라기 보다는 홍대 예술가들의 스트리트 마켓에 가까운 느낌이다. 대신 그만큼 독특하고 예쁜 상품들이 많다. 실제로 지난 주말에 갔을 때도 신선한 두부와 선물용 수제 인형, 문에 달 고양이 현관종을 쇼핑백에 담아 왔다.
다만,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 좋은 지는 판단이 어렵다. 아이들과 두 번째 방문하긴 했지만, 비포장 된 주차장에선 유모차를 움직이기 힘들고, 강변에 아이들을 풀어놓기에는 안전이 조금 걱정된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주전부리들도 많지 않다. 적어도 강변에서 연을 날리며 혼자 뛰어다닐 수 있는 나이는 되어야 함께 오기 더 좋을 것 같다.
쇼핑 거리
사고 싶은 물건은 진짜 많다.
원목으로 만들어 나무결이 예쁜 도마 시리즈, 알록달록 색이 예쁜 작은 인형과 그릇들, 자연주의를 표방한 하늘하늘한 옷, 고양이와 부엉이 모양의 작은 종까지, 실생활 필수품은 아니지만 보면 눈길을 끄는 예쁜 물건들이 참 많다.
농산물은 의외로 수가 많지 않았다. 일반적인 장터라면 그 철에 나오는 농작물이 중심이 되어 파내를 하겠지만, 리버마켓이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아니다 보니 막 수확한 농작물보다는 잼이나 조청, 두부처럼 가공된 것들이 많은 편이다. 이 부분은 살짝 아쉬웠다.
가게 주인장 분들의 따뜻한 반응과, 그에 반해 매출에 그닥 큰 열의가 없어 보이는 여유 있는 자세는 은근 리버마켓의 매력 포인트다. 땡깡을 부리는 아이를 보고 가게를 보던 아주머니가 길가에 나와 과자를 쥐어주는 모습이나, 주차봉사를 하러 간다는 팻말만 서있는 채로 활짝 열려있는 빈 가게의 풍경은 사람들을 굳이 문호리까지 끌어오게 하는 원동력일 것이다.
다만, 위에도 언급했듯이 가격이 착하지는 않다.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절감한 흔한 공산품이 아니니 가격이 비싼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해가 부담 없이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지는 않는다. 취향저격 물건을 만나지 않는 이상 아무래도 선물용이나, 당초 구매리스트에 있던 물건들 위주로 구매하게 된다.
놀거리
어른들 입장에서야 강변을 배경 삼아 재밌는 물건들을 보는 것만으로 재미가 있겠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사실 흥미를 끌만한 것이 많지 않다. 그래도 강변을 따라 아빠와 같이 하늘에 연 날리는 것 만큼은 도시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재밌는 체험이다. 그래선지 강변 곳곳에서 박쥐모양, 불사조모양의 다양한 연들이 하늘에 떠있는 것을 보면,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나도 연을 사달라고 조르게 된다.
그런데 연 중에서 가장 싼 만 원짜리 문어연을 사는 것은 개인적으로 말리고 싶다. 처음 리버마켓에 갔을 때 아이와 다음에 다시 오면 연을 사준다는 약속을 해서 다시 방문은 그제에는 가장 싼 문어연을 샀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도 핑크색 연이 하늘을 날기는커녕 계속 뒤집히면서 땅에 곤두박칠 치는 것 아닌가. 나만 그런가 하고 주위를 보니 문어연 산 아빠들은 대부분 낭패한 얼굴로 곤란해 하고 있었다. 살짝 안도감이 들었다. 변명 같은 얘기지만 큰 연들이 넓이도 넓어 실을 세 곳 이상에 맬 수 있어 바람을 잘 받는 것 같았다. 돈을 안 쓴다면 모를까, 멋진 연을 날리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면 이왕 살거 비싼거 사는게 좋다.
먹을거리
지난 번에 비해 이번 방문에 음식물을 파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거의 없었다는게 정확한 표현이다. 알고보니 근처 지역상인들의 항의가 있어 리버마켓에서 취식판매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점심시간에 맞춰 몇몇 가게에서는 컵라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강변에서 먹는 컵라면도 물론 맛있겠지만, 정감 어린 문호리의 음식들을 먹을 수 없어 아쉬웠다. 식사는 아니지만 빵이나 쿠키 같은 간식거리들은 여전히 팔고 있어 그나마 허기진 배를 좀 채울 수 있었다.
오는 길 및 기타
자동차로 문호리 리버마켓에 방문하기는 쉽다. 남양주 톨게이트로 서울을 나가 서종 톨게이트로 빠져 나오면 바로 문호리 리버마켓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그 표지판 따라 좌회전을 해서 길 따라 조금만 가다보면 우측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안내판을 큼지막하게 볼 수 있다. 참고로 티맵에서 문호리 리버마켓이 검색이 되어 편한데, 다른 네비네이션은 확신할 수 없다.
강변 공터가 많아서인지 오전 11시 즈음에 도착했음에도 주차가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주차장 자체가 비포장 길, 혹은 자갈길이라서 유모차가 다니기 조금 불편하다.
원래 서종이 강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해서인지 강변을 따라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이 많다. 유명한 테라로사 커피숍도 문호리 리버마켓 바로 근처에 있다. 아이들이 그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정말 완전 기특한 아이들이라면 근처에서 식사나 티타임을 즐겨도 좋을 듯 하다.
시간만 생각하면 온 길 반대로 서종IC 통해 다시 돌아가는 것이 빠를 수 있다. 그렇지만 시간에 여유가 좀 있다면 강을 따라 서종IC의 반대쪽, 그러니까 온 길 그대로 나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창문을 열고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강변도로는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맛집 추천
근처 레스토랑에 가기에는 아직 여건이 미흡하여 짧은 검색 끝에 맛 집으로 유명한 ‘미방집’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워낙 유명하기도 했고, 마침 식당도 서울 방향에 위치한 터라 한 번 도전해봤는데, 기대한 것 이상으로 너무 괜찮았다. 입구에 걸린 전직 대통령들의 싸인이 아깝지 않은 집이었다.
일단 미방집은 큰 대가집 곳곳에 밥상을 내와 먹는 형태이다. 건너방에서 먹을 수도, 더 큰 방에서 먹을 수도 있다. 운이 좋게도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한 안뜰 정면에서 밥을 먹었는데, 꽃과 햇살이 비치는 전통 방에서 한식을 먹으니 밥이 절로 넘어갔다. 반찬들은 약간 짠 편인데, 마치 시골집에서 밥 먹을 때 할머니들이 약간 짜게 반찬을 내온 듯한 정도의 느낌이라 먹기 불편함은 없다. 한식차림 가격이 싸지 않지만 고기반찬을 별도로 시키지 않으면 나물만 나와서 호불호가 조금 갈릴 수 있어 보인다. 어른 둘, 아이 둘(6세, 3세)가 가서 정식 2인분에 소불고기 하나 시키고 공기밥 추가하니 양이 딱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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