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종착지 리스본

언덕 중턱에 위치한 클레리고스(Clerigos) 성당, 중앙 첨탑에 오르면 포르투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호스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낑낑대며 버스터미널로 갔습니다. 포르투는 언덕으로 이루어진 곳이라 캐리어 여행객들은 고생을 좀 하게 됩니다. 리스본으로 가는 버스는 원래 20유로인데 무슨 일 인지 학생가격 16유로로 구매했습니다.. 어쨌든 이득! 리스본 까지는 3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우등 버스 좌석이 매우 편안했고 기사님의 드라이빙도 완벽했네요.

역시 해외에선 라면이 최고!

10시가 다되어 리스본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우버를 처음 이용해봤는데 너무 좋아요.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 여행의 마지막은 한식을 좀 먹고 싶어 한인민박으로 잡았는데 역시나 인심이 후하네요. 맥주와 컵라면 콜라보레이션으로 위장을 즐겁게 하고 리스본에서의 첫날을 마무리 했습니다.


 신트라, 페냐성, 호카곶

리스본에 오니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아쉬움과 반가움이 공존하는 묘한 기분. 꽉 채워 쓸 수 있는 시간은 3일이라 오늘은 리스본 근교에 신트라(Sintra)’ 라는 마을에 가기로 했습니다.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신트라는 19세기 낭만주의 건축의 첫번째 도시입니다. 대부분 당일치기 일정으로 신트라 마을, 페냐성, 호카곶을 묶는다고 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버스 시간에 얽매이기 싫어 또다시 렌트를 했습니다. 신트라에 가시려면 동행을 모아 렌트 하시길 추천합니다. 몹시 자유롭습니다.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페냐 성 (Palacio da Pena)

알록달록한 색으로 덮인 마법의 성. 페냐 성의 색감에 취해 실컷 셀카를 찍고 내려와 호카곳(Cape Roca)으로 향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 유럽의 땅 끝 등으로 불리는 호카곶은 신트라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습니다. 이 곳에서 석양을 보면 평생 잊을 수 없다 기에 일부러 일몰 시간까지 계산해서 달려왔는데해무가 가득히 끼어 있어 마치 폐허가 된 미래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파도소리는 들리는데 눈앞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홀로 솟은 십자가 탑에는 육지 끝, 바다 시작이라는 아주 당연한 글귀가 쓰여져 있습니다.

맑은 날 다시 올게, 죽기 전에

호카곶에서 석양을 못 본 아쉬움을 달래러 다시 신트라로 돌아와 마을을 둘러봤습니다. 거짓말처럼 이곳은 맑네요. 포르투갈의 6월은 일년 중 관광객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저렴한 물가와 맛있는 요리, 친절한 사람들. 여행하기 좋은 3박자를 두루 갖춘 포르투갈은 정말 매력 넘치는 나라입니다.


 포르투갈 vs 웨일즈, 4강전!

코메르시우 광장에서의 응원전!

귀국을 이틀 앞둔 76일 수요일, 포르투갈과 웨일즈의 4강전이 있었습니다. 대회가 벌써 4강인 것을 보니 저의 여행도 끝나감을 느낍니다. 마지막 여행지 포르투갈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4강전을 즐긴 것은 매우 행운이었습니다. 응원도구를 두르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해안가로 걸어나가자 코메르시우 광장 (Praca do Comercio)이 나왔습니다. 엄청난 인파가 운집해 있어 크기도 열기도 2002년 서울시청 광장을 연상케 했습니다.

포르투갈의 4강전 승리!

같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절친인 호날두와 베일이 맞붙어 더 화제가 된 4강전. 두 팀이 4강에서 붙으리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죠. 두 팀 모두 공격과 수비에서 한 명씩 주축선수의 이탈이 있어 100% 전력은 아니었습니다. 승부는 양팀 에이스의 활약에 달려있었고 대회 내내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드디어 빛을 발한 호날두의 11어시스트로 포르투갈이 승리했습니다. 16년만에 결승에 진출한 포르투갈 국민들은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뿜어져 나와 광장을 클럽으로 바꿔 버렸고 새벽까지 기쁨의 축제가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유람, 리스본의 성지 벨렘(Belém)

2주간 유럽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벨렘 지구에 왔습니다. 리스본 시내에서 트램을 타고 창 밖 구경을 하다 보면 금새 닿을 수 있습니다. 벨렘 지구는 구역 전체가 유적지처럼 느껴지는 리스본의 성지입니다. 트램에서 내리면 곧바로 보이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웅장함에 놀라게 되고, 바로 옆에는 하루 수천 개가 팔린다는 세계 최고 에그타르트 가게가 있습니다.

웅장함에 압도당하는 제로니무스 수도원 (Jerónimos Monastery), 굳이 입장해보진 않았습니다.

세계최고의 에그타르트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

하지만 그보다도 저를 설레게 한 것은 해양박물관이었습니다. 1863년에 세워진 박물관으로 대항해시대를 연 포르투갈의 기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사춘기시절 PC게임 대항해시대에 심취했던 저는 여기에 꼭 오고 싶었습니다. 거의 3시간 동안 열심히 번역기를 돌려가며 전시물 하나하나를 살펴봤습니다. 세계를 주름 잡았던 포르투갈인들의 자긍심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술과 함께하는 여행의 마지막 밤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밤에 역시 술이 빠질 수 없겠죠. 흥이 가득한 아이리쉬 펍을 찾아 들어갔더니 역시나 반쯤 미쳐 보이는 사장님과 스텝, 손님들이 어우러져 화려한 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귀국해야 하는 내일이 안 올 것처럼, 오래오래 마셨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아일랜드 어학연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유럽을 참 좋아합니다. 거리에 나가면 역사가 있고, 축구 경기가 가득하고, 다양하고 맛있는 맥주가 넘치기에기회와 여건만 된다면 가서 살고 싶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축구를 보자는 동기 하나로 시작해 기어코 다녀오고야 만 이번 여행에서, 20대 시절엔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여행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하고 싶은 것, 좋아 하는 것은 꼭 하자는 교훈도 얻어왔습니다. 그것이 일 이든 사랑이든 여행이든 인생은 짧으니까요.



글/사진 : 현장경영1팀 김현민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