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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은 회사가 하나쯤은 있으실 겁니다. 개인적으로 Facebook과 Airbnb, 그리고 Netflix를 방문해 보고 싶었는데요, Silicon Valley 기행을 통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회사들을 둘러보았습니다.
[Link 1] Trip to Dublin, Silicon Valley, and Seattle
국내에도 방문해 보고 싶은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O2O 비즈니스의 대표 주자인 배달의 민족입니다. 김봉진 대표님이 참석하는 강연이 배달의 민족 사옥에서 열렸는데, 덕분에 배달의 민족의 독특한 공간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의 Bucket List가 결정한 사옥 위치
배달의 민족 사옥은 석촌 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옥 위치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구성원들이 원하는 사항들을 Bucket List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중 하나가 한적한 곳에서 근무하는 것이었고, 배달의 민족은 선릉에서 석촌 호수로 사옥을 이전했습니다. 사옥의 위치는 사업적 필요나 고객사와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마련인데,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고려해 사옥의 위치를 결정했다는 점이 남다릅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Bucket List를 작성하고 업데이트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 계기가 바로 배달의 민족의 Bucket List였습니다. 꼭 한 번 직접 보고 싶었던 그 Bucket List를 드디어 보게 되었습니다.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잘 청취하고 구성원들의 행복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배달의 민족의 Bucket List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
배달의 민족에는 인사팀, HR팀 같은 팀명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대신 ‘피플팀’이 있습니다. (Google도 Laszlo Bock이 수장으로 있는 ‘People Operation’라는 이름의 팀이 HR 업무를 수행합니다.) 내부 고객인 구성원들을 챙기는 조직입니다. 구성원들을 관리하거나 통제하는 대상이 아닌, 관심을 갖고 챙기는 대상으로 여기려는 노력이 그 이름에 깃들여 있습니다. 사옥 소개는 피플팀 담당자 분께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처음 간 곳은 지하 1층의 키친이었습니다. 작고 아담한 키친에는 구성원들의 사진과 짧은 메시지가 벽 한 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크기의 액자들이 다채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은 식사를 하면서도 이 회사에서 내가 ‘One of them’이 아닌 ‘Only one’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ID 카드의 사진도 포즈와 표정이 다양합니다.
키친에 걸려 있는 다양한 모양의 구성원들의 사진
키친의 한 쪽 면에는 배달의 민족이 만든 글자체로 쓴 양서의 서문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매년 글자체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글자체를 만들려면 2,350자를 한 자 한 자 디자인 해야 합니다. 좋은 책의 서문을 가져와 새로 만든 서체를 표현해 본다고 합니다. 서체가 만들어진 시점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책을 선정합니다.
배달의 민족이 만든 글자체로 작성한 양서의 서문
배달의 민족에서 받은 스티커 중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키친만 봐도 배달의 민족은 구성원들이 제대로 먹고, 그리고 제대로 생각을 나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배달의 민족에서 받은 스티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
본격적인 투어를 위해 지상으로 나와 옆 건물로 이동하는 길에 잠시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식당가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발렛 파킹이 있었습니다. ‘X 우아한 형제들’, 이 하나의 문구만으로 흔한 발렛 파킹에도 콜라보가 담겨 새로워 보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다양한 형태로 콜라보를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보통 사옥 투어를 할 때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회사의 로고입니다. 배달의 민족을 이끄는 ‘우아한 형제들’. 단출하면서 결코 무난하지 않은 회사의 이미지가 회사 로고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합니다.
‘우아한 형제들’이라는 사명은 작곡가인 ‘용감한 형제’를 패러디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패러디는 배달의 민족에게는 중요한 문화적 특성 중 하나입니다. 회사 로고 옆으로 보이는 작은 현수막이 또 하나의 패러디를 보여 줍니다. ‘새마을’이 아닌 ‘새마음’입니다. 새마을을 패러디했다고 옛날의 구호를 외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좋은 기업의 기본 중 하나인 자유로운 퇴근과 휴가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새마을 구호가 ‘아름다운’ 새마음 구호로 탈바꿈했습니다. 구성원들이 실제로도 꼭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포스터들이 사무실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포스터 출력 전용 프린터도 있다고 합니다. 포스터를 통한 문화의 확산은 배달의 민족의 강점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비의 한 벽면에는 상장들과 광고물, 배달의 민족에서 제작한 상품들이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잡지 광고와 상품 제작은 창의성과 디자인을 시험하고 가다듬기 위함이라는 설명이 인상 깊었습니다. 보통의 잡지 광고와 달리 여백이 가득합니다. 카피를 쓰는 것은 배달의 민족의 Identity를 찾아 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제품들도 심상치 않습니다.
방문 기념으로 몇 가지 제품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제품마다 짧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어쩌면 그 문구들이 제품의 핵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Lead, follow, or get out of the way.”
By Ted Turner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할 ‘때’ 수건.
사무실도 둘러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사무실 촬영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사무실에는 ‘우아한 형제들: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1.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우리는 규율 위에 세운 자율적인 문화를 지향합니다.)
2. 간단한 보고는 상급자가 하급자 자리로 가서 이야기 나눈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회사들 중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것이 정답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배달의 민족에 ‘근면성실’은 핵심 가치 중 하나입니다. 출근 시간을 준수하는 것은 근면성실의 시작이므로 9시 출근은 엄수해야 합니다.
우아한 형제들의 3대 핵심가치 (http://www.woowahan.com/?page_id=40)
사무실 곳곳에 조그마한 간의 의자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처음엔 용도를 몰랐지만, 세 번째 방법을 보고는 이해가 되었습니다. 상급자가 하급자 옆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자주 대화를 나누라는 배려였습니다. 좋은 기업으로 가는 길에 소통이 빠질 수는 없습니다.
회사 곳곳에 다양한 위치에 문구들이 붙어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회사다’. 누군가에게 회사 생활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될 수도, 반대로 누군가에게 회사 생활을 어렵게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나는 동료들에게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을 대수롭게 만드는 것이 Kitsch의 문화입니다. 배달의 민족에도 곳곳에 Kitsch의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사무실 중간 중간에 작은 서재들이 보였습니다. 김봉진 대표는 독서열이 높은 경영자로 유명합니다. 좋은 책을 가까이 두고, 함께 읽으며 함께 토론하는 것은 회사의 기본기를 튼튼히 하는 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잠깐 둘러본 사무실의 풍경에도 다채로움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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