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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 뮤지컬 배우, 최정원] Deep Flow, '최정원'이 사라지다
SK(주) C&C 블로그 운영자 2016. 3. 29. 14:5328년 동안 무대에 오르기 싫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포기라는 말은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작품마다 새로운 색으로 채우기 위해 깨끗이 비우면서도 자신의 색은 고스란히 지켜온 배우 최정원.
30명의 배역을 맡아오며 ‘연기’가 아닌, 그 사람 자체가 되어 노래하고 춤추었던 그녀는
‘몰입’과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다. 무대 위에만 서면 인간 ‘최정원’은 사라지고 오로지 배역만 남는다.
Q. 뮤지컬 배우에게 ‘몰입’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연습. 또 연습. 관객. 몰입
뮤지컬 배우에게 몰입은 가장 중요한 자질입니다. 관객들이 먼저 알아차리거든요. 몰입이 안 될 경우 연기가 평소보다 더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워지죠. 배역과 혼연일체가 되어 말하고 노래하며 관객을 바라봐야 하는데 단지 배역을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관객이 먼저 알아차리죠. 배우의 몰입은 지독한 연습에서 시작됩니다.
오랜 시간 끊임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해요. 대사, 노래, 춤 동작을 정확히 익혀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연기력은 그 다음 문제죠. 연습량이 많을수록 무대에서 몰입이 더 잘 되고 그만큼 공연을 마친 후 성취감도 더 짙게 느끼게 됩니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뮤지컬의 특성상 같은 작품도 매번 다른 관객과 함께 하다 보니 늘 새로운 무대가 연출됩니다.
관객의 호응이 좋으면 그만큼 배우들도 신나서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은 배우의 몰입만큼 관객의 몰입도 중요한 시너지 요소에요. 그래서 배우뿐만 아니라 무대를 만드는 많은 사람들이 관객이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완벽한 무대를 준비해요.
또 무대 위에서는 상대역과 호흡도 몰입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데요. 상대 배우와 평소 관계가 안 좋거나 껄끄러운 일이 있으면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나타나요. 하지만 대부분 배우들은 사이가 좋아요. 수개월간 같은 작품을 하면서 관계가 안 좋을 수가 없어요. 다들 뮤지컬이 좋아 모였고 기본적으로 최고의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같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죠.
가끔 다른 배우들의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다 주인공 혼자만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주인공만 중요하다는 생각은 공연 전체를 망치는 지름길이에요. 무대 위에서는 단역도 다 의미가 있고 소중합니다. 특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스태프들의 역할도 정말 중요해요. 조명 하나, 음악 하나만 잘못 나가도 작품의 전체 흐름이 깨져 관객은 물론 배우의 몰입도 흐트러져 버리거든요.
Q. 몰입을 통해 놀라운 경험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놀라운. 초능력.
2007년 <맘마미아> 공연 하루 전날 쓰러져서 응급실로 실려갔어요. 쓸개관에 담석이 3개가 발견돼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을 권했어요. 하지만 대역이 없던 상황이라 모두 열심히 준비한 무대를 저 때문에 포기하게 할 수 없었어요. 관객과의 약속도 중요했고요. 일단 병원에 입원해서 외출증을 끊고 나와 공연을 소화했는데 정말 신기하게 무대 위에서는 전혀 아프지 않았어요.
3개월간 공연을 마치고 수술을 하기 위해 검사해보니 담석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저도 신기했어요. 2011년 <맘마미아> 공연 때 원 캐스팅으로 208회 연속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세계 최고 기록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배우들 사이에서 독감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14곡을 혼자 소화해야 하는 제가 독감에 걸릴까 모두들 걱정을 했어요. 그래서 매 씬마다 세정제로 손을 닦으며 위생관리를 하고 체력관리에도 힘썼죠. 6개월간 1주일에 8회 공연을 하면서 저만 유일하게 독감에 안 걸렸답니다. 무언가에 깊게 몰입하면 자신도 모르게 놀라운 초능력이 발휘되는 거 같아요.
Q. 배역에 100% 몰입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온통. 생각뿐. 깨끗이. 비우기.
무대 위에서는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다 보니 건강한 체력과 정신은 기본입니다. 꾸준히 수영과 다양한 운동을 하면서 체력관리를 해요. 목 보호를 위해 수시로 물도 마시고요. 또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니 책과 공연, 새로운 사람들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느끼는 감정과 감각을 체득하려고 노력해요.
어떤 배역을 맡건 제 인생, 제 경험을 기본으로 감독, 음악, 작품에 따라 조화롭게 녹여내야 나만의 캐릭터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30명의 역할을 했는데, 모두 다 소중한 배역이었어요. 배역이 정해지면 작품에 깊게 몰입해요. 온통 작품 생각뿐이죠. 대신 모든 공연을 마치면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모든 것을 비우기 위해서죠. 깨끗하게 비워야만 새로운 색으로 다시 채울 수 있거든요. 반면에 10년 넘게 고정으로 역할을 맡고 있는 <맘마미아>와 <시카고>는 제게 특별한 몰입의 경험이에요.
오랜 시간 같은 역할을 반복하면 지겨울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매번 다 달랐어요. 같은 대본도 예전엔 보이지 않던 게, 느끼지 못했던 게 새롭게 보이거든요. 지금 공연 중인 <맘마미아>의 ‘도나’ 역할도 제가 진짜 사춘기 딸을 키우면서 무대에 서니까 연기가 아니라 그냥 엄마가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슬프게 울었다면 이젠 엄마이니까 우는 모습을 안 보이려는 모습이 오히려 관객에게는 더 큰 공감을 준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함께 성장하며 연구하고 몰입한 결과가 지금의 ‘도나’가 아닐까요?
Q. 자신의 일에 행복하게 몰입하기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자긍심. 감사. 설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게 중요해요. 저는 뮤지컬 이외에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의 사람들을 보면 무척 존경스럽거든요. 자신에게는 평범하게 보이는 일도 다른 사람에게는 근사하게 보일 수 있으니 자긍심을 가져보세요. 또 감사한 마음이 클수록 행복하게 일을 즐길 수 있어요. 저는 어린 시절 노래나 연기로 친구들을 즐겁게 하는 걸 좋아했는데요. 다행히 어머니가 재능을 일찍 발견해 주셔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웠고, 여고시절 TV에서 방영한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보고 뮤지컬에 푹 빠져 ‘롯데월드 예술단’에 입단했어요.
‘아저씨와 건달들’에서 여섯 번째 아가씨 역으로 데뷔를 했는데 당시엔 뮤지컬이 생소한 분야였어요. 요즘엔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죠. 지난 28년 동안 단 한번도 뮤지컬 배우가 된 걸 후회하거나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나와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이로 인해 누군가에게 감동과 행복을 줄 수 있어 제 직업이 참 좋거든요.
누구나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지금 하는 일에 분명 감사한 면을 찾아낼 수 있답니다. 매일 오르는 무대지만 아직도 공연 시작 전에는 쿵쾅쿵쾅 가슴이 뛰어요. 초창기에는 공연을 망칠까 가슴이 빨리 진정되길 기도했어요. 물론 막상 무대에 오르면 긴장감이 사라지고 오히려 더 편해지곤 했지만요. 요즘엔 그 긴장감과 떨림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도한답니다.
그 긴장감이 무대 위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죠. 또 첫 공연부터 지금까지 늘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라고 생각하며 무대에 올라요. 그런 간절함이 모여 오늘의 ‘최정원’이 된 것 같아요. 반복되는 일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는 처음에 품었던 설렘과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을 떠올려 보면 새로운 몰입의 계기가 될 거예요.
사내기자 취재수첩
권진영 대리가 최정원씨에게 물었습니다
Q. 저는 직장생활 6년차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나만의 일을 혼자 잘해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몰입해 협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는데요. 배우로서 이런 경험이 있으신지요?
A. 모든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공연을 마쳤을 때 함께 해냈다는 즐거움이 참 큽니다. 오히려 혼자 연기하는 모놀로그 작품이 가장 힘들더라고요. 무대는 혼자가 아니라 같이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단 주연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 한 팀이 되어야 좋은 공연이 가능합니다.
Q. 이번 인터뷰 이후 SK주식회사 C&C 구성원들이 <맘마미아> 공연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은데요. <맘마미아> 공연을 볼 때 어떤 점을 생각하고 보면 좋을까요?
A. <맘마미아>는 전세계인들이 사랑하는 ABBA의 노래들로 만들어진 쥬크박스 뮤지컬입니다. 대부분의 뮤지컬 노래들은 처음 듣는 경우가 많지만, <맘마미아>는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음악이 대부분일 거예요.
<맘마미아>에는 총 3가지의 사랑이 나옵니다. 남녀간의 사랑, 친구들간의 사랑, 모녀간의 사랑. 어린 친구들은 딸인 소피의 입장에서, 제 나이 또래들은 엄마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뮤지컬입니다. 뮤지컬은 관객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연입니다.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서 힘입어 배우들이 더 멋진 공연을 하거든요.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재미있으면 박수를 치고, 웃음을 터뜨려주세요
♣ 출처 : SK주식회사 C&C 사보 ‘Create & Challenge’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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