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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태산(天台山)

천태산은 충북 영동에 자리잡고 있으며, 원래는 지륵산(智勒山)이었다가 천태종의 창시자 대각국사 의천으로 인해 천태산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각주:1] 천태산은 동네에서 약방을 경영하고 있는 배상우씨라는 분이 등산로를 정성스럽게 정비하여 전국 곳곳의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명산으로 거듭났다. A~D 코스로 등산로를 분류하여 정성스럽게 만든 등산로는 일반적으로 A코스로 정상을 밟고 다시 D코스로 하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근래 종주꾼들에게천성장마라고 하여 천태산, 대성산, 장령산, 마성산을 잇는 약 27km 종주코스가 개발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300년 고찰 영국사를 품고 있는 천태산은 산림청 지정 100대 산이며, 영국사의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223호로 영검하고 신비스러운 자태를 자랑한다.

 

   천태산 집결

10 3~4일 굴업도로 비박을 가기로 했지만, 3일 본부 교육일정이 개설되어 어쩔 수 없이 4일 당일 산행을 기획하였다. 근래 종주 산행을 많이 한 터라 초급 위주로 3~4시간 내외의 편한 산행을 진행할 산을 고르다 보니, 천태산 산행이 가장 적합해 보였다.  본사에서 집합하여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옥천IC를 지나 501번 국도로 이동하면 영국사 앞에 도착하는데, 영국사 입구는 천태산으로 가는 들머리와 날머리가 연결되어 있어 차를 주차하고 회귀산행 하기에 적합하다. 오늘은 서울/경기지역에서 뿐 아니라, 해양보증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이영주 차장이 직접 부산에서 자가용을 운전하여 합류하였다.

영국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용문사 은행나무만큼 커다랗고 고풍스러운 은행나무를 볼 수 있는데, 영국사 은행나무는 1000~1200년 정도의 나이를 추정한다고 한다영국사 입구 정자에는 시화전이 한창이다. 이처럼 천태산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천태산을 보며 글을 쓴다.  가칭천태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회원이 약 500명이며, 영국사 은행나무 앞에서 10 25일 시제(詩祭)를 지낸다고 한다.

 

   짜릿한 천태산 암릉길

SK 주식회사 7명의 산오름 회원들은 영국사 우측을 지나 A코스 들머리로 향한다.  천태산은 짧지만 강렬한 산행 코스로 구성된다. 그 중 A코스는 전 구간이 심한 오르막의 암릉코스며, 70도에 가까운 오르막에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초반 오르막의 코스는 난이도가 낮으며, 도봉산의 다락능선과 같다. 로프가 있는 코스도 난이도가 낮아 굳이 로프를 잡지 않고, 프리솔로(free solo) 방식으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막판 오르막 75미터를 남기고 3단으로 구성된 로프 코스는 짜릿한 암릉코스로 천태산의 백미이다. 물론 고소공포증을 느낄 수 있는 등산객을 위해, 우회 등산로도 친절히 개발되었다.

우리 일행은 당연히 짜릿한 암릉을 맛보기 위해서 1피치부터 3피치까지 빠짐없이 밟고 지나간다.  로프를 타고 오르며, 바라보는 암벽 아래 광경은 짜릿하고 아름답다. 김홍도나 송시열의 한국화에서 볼 수 있는 여백의 미를 여기 천태산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은 올라갈수록 시야가 확보되기 때문에 심원법적인 사진이 아름답지만, 천태산은 산 아래서도 산 위의 시야가 확보되어 고원법적인 구도도 아름답다. 산에 심어진 나무의 밀도가 적은 산은 아니나, 암릉마다 여백을 내고, 그 여백이 시야를 확보하기 때문이리라.

 

천년이 넘은 영국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223호)


천태산 초입 첫 암릉길에서 차세대개발1팀 이영주 산오름 회장


1차 전망바위에서 단체샷


1차 전망바위에서 범진씨


2번째 암릉구간에서 이판기 부장님


2번째 암릉구간에서 이행현 과장님


짜릿한 암릉 구간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은 산꾼의 본능


세번째 암릉 구간을 오르는 이행현 과장


2차 전망바위에서 누교리 마을과 영국사가 훤히 내다보인다.


천태산은 여백을 만들고 우리는 여백을 채우며 간다


다시 시작된 로프 구간


천태산의 백미 암벽코스 1피치


급경사 로프 구간에서는 팔의 힘으로 지탱하여 오르기보다는 디딤발을 암릉에 직각에 가깝게 딛고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 (시범조교 : 산오름 이영주 회장)


다른 시범조교(정말 군에서 조교였다고 함) 범진씨


오르는 재미가 제법 쏠쏠. 암릉구간 1피치 종료지점에 이판기 부장님


나는야 로프구간 전문가


2피치 시작점에서 3피치까지는 거의 절벽수준


로프를 잡고 오르는 암릉길은 중독성이 있다.


제대로 신이 난 범진씨


75미터 로프 구간이 사진으로 감이 안온다면 2피치에서부터 3피치까지 동영상(아래)을 보세요. ^^


   동적인 암릉 길 위에 정적인 여백의 조화

3피치까지 오르고 나면, 더 이상의 로프 구간은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D코스 하산 구간에 작은 로프들은 있지만 로프 없이도 충분히 내려갈 만하다.  3피치를 오르면 안전코스와 등산로가 합류되고, 지등선을 따라 오르다 우측 길로 200미터 정도를 지나면 천태산 정상에 도착한다. 등산객의 많은 인파로 인해 단체사진만 간단히 찍은 후, D코스 하산길로 접어든다. D코스로 이동하기 전의 능선길에는 널찍한 공간들이 많아 단체 등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우리도 준비한 식사와 막걸리 반주를 했다. 두 병의 막걸리를 여섯이 나누어 먹기엔 좀 부족한 듯싶었지만 흥을 돋우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C코스 갈림길을 지나니, 좌측으로 우리가 오른 암릉길에 산객들이 분분히 점선을 이루어 꽈배기처럼 메달려 산을 오른다. 웅장한 산군 속에서 사람들은 점선에 지나지 않는다.

D코스 하산길로 접어든다.  마루금은 시야가 장쾌하여 거칠 것이 없다. 괴산, 제천, 문경, 영동 산의 특징은 암릉, 소나무, 장쾌한 시야가 특징인데, 천태산은 그 중에서도 몇 손꼽히는 명산이다. 겹겹이 쌓인 마루금 능선들을 바라보면 내 안의 하찮은 외로움, 고민, 증오란 단어들이 해탈하여 눈부신 또 다른 언어로 승화될 것만 같다.

천태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천태산에 모여 시제(時祭)를 하는 이유도 천태산은 새로운 영감을 주기에 충분한 아우라(aura)를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산우들과 대화는 하고 있었지만, 쭉 명상에 잠기며 하산을 완료한다. 마음 속에서 내가 나에게 만족할만한 예쁜 편지를 썼다.  오늘은 꽤나 행복한 날이다.

 

천태산 정상에서 산우들과


화창한 날씨에 천태산 사면과 멋진 주변 마루금들


많이 찍혀 본 사람은 어디서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하는지 몸소 알아간다.


천태산은 어디나 포토존


몽환적인 구름과 정적인 마루금을 배경으로 범진씨


하산 지점에 다다르면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리본들, 많은 산꾼들이 다녀가는 명산이란 것이 방증된다.


천태산 영국사에는 시화전이 한창


천태산에서


지은이 별섬


된비알 사뿐 걸음 옮길 때마다

소나무가 굽은 등으로

넉넉지 않은 응달을 물끄러미 내밀며

어미새마냥 객들을 제 품으로 들입니다.

품안의 속살 더듬으며

넝쿨처럼 벼랑을 딛고 오르면

등산화 문수만큼 패인 육신

질감 충만한 볕들이 상감합니다.

 

1피치, 2피치, 3피치

산은 한껏 벼랑길에 여백을 만들고,

객들은 차례대로 여백을 채워갑니다.

나도 여백의 한 점이 되어

객들의 대열에 서서

두 발을 모으고 심연의 단애를 바라봅니다.

붕괴된 내 안의 벼랑도

오르고 싶은 객들이 있을까요?

 

D코스로 접어드는 아쉬운 하산길,

하늬바람에 쑥부쟁이 통음을 했는지 허우적거리고,

영국사 독경소리 산 구절구절마다

추임새를 넣습니다.

 

산행을 한다는 것은

모래성처럼 부숴지는 일,

잠잠이 거울로 내 안을 바라보는 일,

그리고 단단한 노래로 일어서는 일,

때묻지 않은 풍경에

기꺼이 흠뻑 젖고야 마는 일입니다.





  1. 출처-인터넷 산악인 클럽(www.san114.co.kr)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