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배경 지식은 별로 없는 도시.

낯선 곳에 대한 걱정이 설렘으로 바뀔 즈음,

긴 비행 끝에 만난 바르셀로나는 다양한 빛깔의 삶을 보여줬다.

 

FC바르셀로나 홈구장 캄프 누에서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스페인에 흥미가 생긴 계기는 다름 아닌 FC바르셀로나 홈구장 캄프 누Camp Nou. <꽃보다 할배-스페인> 편에 나온 모습을 보고 한눈에 매료됐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날 저녁,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된 무거운 몸으로 FC바르셀로나와 메시를 보러 갔다. 거리 곳곳은 유니폼 차림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마침내 도착한 캄프 누는 스포츠팬 천국이었다. 10만명을 수용하는 경기장 규모, 유니폼부터 초콜릿까지 다양한 상품을 갖춘 기념품점, 바르셀로나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까지!

 

경기가 시작되자 메시의 폭풍 같은 드리블과 네이마르의 날카로운 킥 한 번에 7만 명에 달하는 관중의 시선이 집중됐다. 목동야구장 여섯 배 규모가 만들어낸 웅장함에 한 번 놀라고, 자유로우면서도 질서정연한 응원 분위기에 두 번 놀랐다. 짜릿한 매력에 반해 그 자리에서 메시 유니폼을 사 입고 FC바르셀로나를 응원했다. FC바르셀로나가 레반테 UD 41로 이긴 그날, 나는 축구의 재미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세 사람이 있다.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입체파를 이끈 간판 화가 파블로 피카소, 시대를 앞서간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까지. 이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바르셀로나는 그저 평범한 도시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콜럼버스의 탑이 서 있는 곳은 바르셀로네타 해변 입구. 콜럼버스는 손끝으로 지중해를 가리키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한때 즐겨 하던 게임 ‘대항해시대’에서 보던 도시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도시를 걷다 보면 실제로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을 왕실에 보고한 장소, 왕의 광장을 구경할 수 있다.

 

피카소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파리가 떠오르지만, 그의 미술관은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한가운데 있다. 피카소가 처음 작품 활동을 한 곳이 바르셀로나이기 때문인데, 덕분에 이곳에서는 피카소의 초기 작품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리는 사람은 안토니 가우디’라는 말이 있다. ‘성가족 성당’이라 불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에, 구엘 공원, 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요까지 감상하고 나서야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에 우리 작품을 지으면 후세에 우리를 배우러 그들이 이곳으로 찾아올 것’이라는 가우디의 생각은 천재적인 감각과 능력에서 비롯된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에는 10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가장 장엄한 풍경이었고, 구엘 공원의 과자 집과 키사 밀라에서 본 스타워즈 다스베이더는 상상력과 응용력이 만들어낸 최고의 관광 자원이었다. 증강현실이 적용된 카사 바트요 비디오 가이드 앱은 IT의 또 다른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레이알 광장의 가로등에서조차 가우디를 만날 수 있는 바르셀로나는 그야말로 가우디의 사랑을 독차지한 도시였다.

 

 

 

 

매년 9월 중순에 펼쳐지는 메르세 축제는 바르셀로나의 수호성인인 메르세 성녀를 기념하는 행사로, 카탈루냐 지방 전체를 대표하는 큰 축제다. 그 명성에 걸맞게 바르셀로나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와 공연이 열리는데, 그중에서도 ‘인간 탑 쌓기’인 카스텔, 몬주익 불꽃놀이 분수 쇼가 단연 압권이다. 인간 탑이 쌓였다가 흩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카스텔은 집단의 힘을 보여준다. 팀대항전 형식인데, 처음에는 3단으로 시작한 인간 탑이 8단으로 점차 높아진다. 일부 팀은 시작하자마자 무너지기도 한다. 광화문 광장보다 작은 산 하우메 광장에 수천 명이 모여 이 퍼포먼스를 구경하는데, 조마조마함과 환희가 교차하는 관중의 표정 역시 재밌는 구경거리다.

 

몬주익 불꽃놀이 분수 쇼는 메르세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행사다. 에스파냐 광장에서 진행되는데, 이곳에 모인 수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물, , 빛이 만들어내는 광경을 만끽했다. 덕분에 긴 여행의 마지막을 환상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낯선 정서, 또 다른 경험

 

현재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거리 곳곳엔 카탈루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스페인 국기는 공공기관인 카탈루냐 주청, 바르셀로나 시청에만 걸려 있을 뿐이다. 심지어 카스텔 개막식 땐 스페인 깃발이 등장하자마자 야유가 쏟아져 결국 펼쳐지지도 못한 채 퇴장당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지방은 스페인 전체 GDP 20%를 차지하는 경제 중심지다.

 

스페인의 행정 중심지인 카스티야 지방과는 역사적으로 쌓인 감정의 골이 깊다. 축구팬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엘 클라시코’ 역시 카탈루냐 지방 대표 구단인 ‘FC바르셀로나’와 카스티야 지방 중심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의 스포츠 전쟁을 의미한다. 하나의 언어를 쓰는 단일 민족으로서 애국심을 교육받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국 국기를 야유하는 정서를 공감하기란 쉽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분명 스페인에 속하지만 스페인어가 아닌 카탈루냐어를 사용하는 별도의 국가라는 생각을 여행 내내 지울 수 없었다. 비록 그들의 일상과 정서를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바르셀로나는 분명 여러 색으로 찬란하게 빛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포근한 햇볕과 새파란 하늘, 푸르게 펼쳐진 지중해 바다, 미식美食의 향연, 흥이 넘치는 사람들까지. 귀찮을 정도로 울리던 전화벨도, 엄마의 잔소리도 없는 바르셀로나에서의 시간 동안 나는 천국을 여행하는 고독한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현실로 돌아온 지금, 바르셀로나의 추억을 꺼내보며 다짐한다. 또 다른 천국을 만날 때까지 지금의 현실과 일상을 최선을 다해 아끼고 사랑하겠다고.

 

 

                                                                                            

♣ 츨처 : SK 주식회사 C&C 사보 'Create & Challenge'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