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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시작전 단체샷(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신교선 부장님, 정용 부장님, You, 소선생님, 신훈 과장님, We, Jin, 옥, 민, 경 – 탈북 청소년은 가명으로)
하늘꿈학교와 함께 하는 봉사활동의 시작
SK에 입사하게 되면 1년에 몇 번은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양로원, 재활원 등에서 함께 레크레이션 하기, 한강공원에서 유해식물 뽑기, 골목에 페인트칠하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올해는 더욱 많은 봉사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탈북 청소년과 함께하는 백두대간 프로그램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대간 종주자로서 탈북 청소년과 함께 하는 마루금 길을 안내할 자신이 있었고, 대간길에서 쏟는 땀의 의미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
또한 사회 안에서는 노력이 반드시 성과로 이루어진다고는 볼 수 없지만, 산 위에서만은 다른 어떤 변수와 상관없이 나의 노력만으로도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앞으로 그의 인생에서 노력이란 독립변수가 성공이란 종속변수에 주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생의 회귀식을 깊게 각인시켜주고 싶었다.
삼각산 비봉능선부터 의상능선까지
백두대간 덕유산 코스는 일반적으로 산꾼들이 약 10시간 이상을 2회에 걸쳐 종주하는 코스이고, 특히 빼재로 가는 고개는 여름에 특히 악명높은 코스로, 메아리산악회에서 백두대간을 진행할 때 빼재에 도착해서는 다음 회차부터는 백두대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일이 지나고서는 그 말을 번복하고 대간의 중독성에 빠져 다시 산행을 신청했지만) 그렇게 쉽지 않은 대간길이기에 우리는 사전에 모여, 덕유산 코스의 난이도와 비슷한 산행을 한번 겪어보기로 했다.
7월 11일 오전 9시, 우리는 불광동 전철역에서 만나 대호아파트로 향했다. 대호아파트에 다다라 편의점에 들러 부족한 식수를 사고 산행길에 오른다. 오늘의 산행로는 족두리봉부터 문수봉까지 정점을 찍고 다시 의상능선을 타고 북한상성 매표소로 하산하는 길을 택했다. 다만 오늘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의 체력과 섭씨 35도의 날씨다.
대호아파트 뒷길에서 급경사로 시작한다. 이전에 오던 길과 달리 둘레길로 인한 정비로 나무계단길로 잘 단장을 해 두었다. 나무계단길 우측으로 돌아서다 느낌이 이상해서 되돌아 보니, 족두리봉으로 오르는 길은 나무계단길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되돌아와 족두리봉으로 향했다. 뙤약볕의 더위와 함께 급경사길은 땀구멍으로부터 분수와 같은 땀을 내뿜게 한다. 이윽고 족두리봉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고 다시 향로봉으로 향한다.
족두리봉에서 단체샷
그들의 포즈엔 익숙해진 자유와 순박함이 어우러져 있다.
향로봉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는 않다. 삼복에 결코 뒤지지 않은 더위와 습식 사우나에 맞먹는 습도는 가파른 고개 하나를 넘을 때마다 물을 들이키게 한다. 이윽고 향로봉에 도착한 후 간단히 과일과 간식을 나누어 먹는다. 우리는 어느새 서먹함을 뒤로 하고, 친한 이웃이 되어간다. 향로봉을 지나 비봉을 향해 가고 우리는 위험한 좌측 길을 우회하여 지나간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향해 도전정신을 발휘하여 오른다. 남자인 We와 경은 몸이 가뿐하여 우리보다 30미터 이상 앞질러 간다. 뒤따라 북한의 염소농장에서 일했다던 민이 빠른 몸놀림으로 뒤따라가고 그 뒤를 따라간다. 전망이 좋은 곳마다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35도 불볕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산속의 경치를 눈에 담는다. 비봉을 지나 사모바위에 도착하여 가져온 점심을 먹는다. 김신조 굴 앞에 자리를 잡고 김밥, 빈대떡, 샐러드를 나누어 먹는다. 우리는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제법 친근해져 있다.
You가 나뭇가지를 꺾어 왕관을 만들어 머리에 썼다. 우리 어렸을 적 왕관놀이를 하던 기억은 나지만 요즘 아이들이 하는 모습은 도통 볼 수 없었다. 지나가던 중년 아줌마가 You의 왕관을 보며 너무 예쁘다고들 했다.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고, 등산을 온 아이들을 보며 칭찬 일색이다.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제법 우쭐해진다.
함께 하는 바윗구멍 길엔 웃음꽃이 만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중인 We는 대학도 가고 싶다고 했다. 축구를 비롯한 운동에 만능인 We는 대학은 가고 싶지만 막상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 할 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나는 운동에 소질이 있으니 체육학과를 가서 선생님이나 헬스 코치를 하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요즘은 사람들이 건강한 육체를 가꾸는 것에 관심이 많고 투자에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헬스코치가 되려면 근육 운동법뿐만 아니라, 인체, 스트레칭, 영양소 관련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We가 체육학과에 가서 멋진 선생님이 되어, 그가 우리 사회 속에 연착륙하길 바랄 뿐이다.
민도 미래에 대해서 얘기했다. 민은 국제법률에 관한 학과를 가고 싶다고 했다. 민은 가족이 없이 혼자 한국으로 왔다. 그녀에게 국제법률에 관한 진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로스쿨을 가려면 비용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평범한 중산층의 자녀도 결코 도전하기 쉽지 않은 사회적 구조에서 나는 그녀가 혼자의 힘으로 맨바닥에서 일어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내다봤다. 민은 현실을 인정했고, 그렇다면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공무원이 되기 적합한 학과를 물어봤다. 나는 행정학과와 법학과 그리고 시립대학교의 몇 학과를 추천해 주었다.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궁금한 점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었다.
우리의 발걸음은 어느덧 승가봉을 지나 문수봉으로 가는 갈림길 앞에 놓여 있었다. 왼쪽으로 가면 청수동암문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을 하면 문수봉으로 바로 향하는 난이도 높은 깔딱고개다. 우리는 지체없이 깔딱고개로 향했다. 암벽에 철심을 박아 잡고 올라서야 하는 삼각산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코스로 우리가 이 코스를 극복한다면 덕유산을 쉽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문수봉에서 단체샷
We와 경은 먼저 철심을 붙잡고 성큼성큼 걸어 앞선다. 옥과 Jin, 그리고 민이 뒤따라 올라간다. You는 철심을 잡고 올라서기가 제법 버거워 보인다. 경이 다시 내려와 옥을 붙잡고 난코스를 무사히 오르도록 도와준다. 난 그들이 덕유산 코스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 것이란 깊은 신뢰감이 들었다. “내가 덕유산을 완주한다”는 의미가 아닌 “함께 덕유산을 완주한다”는 의미를 그들은 벌써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 도우며 꿈을 실현하기”에 그들은 이미 첫발을 내딛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드디어 문수봉에 도착, 오늘의 최고봉에 드디어 도착하게 되었다. 우리는 의상능선을 향할 수 있는지 타당성 검증에 들어갔다. 불볕더위로 인한 체력소진은 둘째 문제이고, 인당 1.5리터 물을 거의 소진하여 이대로 의상능선으로 향한다면 탈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방향을 틀어 대남문을 거쳐 문수암에서 구기매표소로 하산 방향을 틀었다. 내리막길은 비교적 평탄하고 쉬웠다. 11명의 산우들이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구기매표소에서 시원한 국수와 파전으로 오늘의 산행을 자축하였다.
"저기 너머 우리의 꿈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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