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머스페이스’ 매장에 들어서면 작고 울퉁불퉁한 사과, 초승달처럼 휜 오이 등 일명 ‘못난이’ 과일들이 손님을 반깁니다. 못생기면 맛이 없다고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못생겨도 맛은 좋은데다 가격까지 저렴해서 불티나게 팔린다고 합니다.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상품가치가 떨어져 농가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였던 못난이 과일. 파머스페이스는 이런 못난이 과일들을 유통시켜 도시와 농촌이 다 같이 잘 사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사회적기업입니다. 


도시와 농촌의 공생을 꿈꾸다

여기 농부들을 위한 행복한 기업이 있습니다. 열심히 땀 흘린 농부가 자신이 일한 가치만큼의 보람을 찾아갈 수 있는 파머스페이스인데요. 이미 부산에서 파머스페이스의 인지도는 상당하지만, 대표를 맡는 서호정 씨는 겸손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사회적기업이라며,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소망을 비춥니다. 그리고 파머스페이스가 사회적기업의 새로운 롤모델이 되는 것을 끝까지 보아 달라는 멋진 포부도 잊지 않습니다. 

파머스페이스의 시작은 서호정 대표의 ‘도시와 농촌의 공생’이라는 아이디어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서호정 대표의 할아버지는 평생 농사를 지었고 지금도 시골에서 가족들이 먹거리를 직접 길러 먹는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농사일을 알아오던 그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자연스럽게 농촌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당시 사회적기업가들이 대다수 IT에 관심을 두었던 반면, 그는 젊은 세대들이 농촌과 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고 합니다. 이런 의견에 통감하는 윤영준 현 파머스페이스 이사를 비롯해 여러 명이 그를 도우러 모이고,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는 2012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공모전에 당선되어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공모전 해외 연수로 일본 와카야마 현의 못난이 농산물 직판장인 메케몬 히로바를 둘러보게 되는데요. 메케몬 히로바는 일본 내 농수산물 직판장 가운데서 매출 1위를 기록하는 곳으로 일본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으로 북적대는 이곳을 둘러보면서 파머스페이스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회사, 파머스페이스

<메케몬 히로바를 둘러보는 서호정 대표 >


이들은 좀 더 안정된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간의 공모전인 SK의 ‘제9회 세상 사회적기업 콘테스트’에 참가해 성장기부문 수상과 함께 행복나눔재단 최초 임팩트투자 유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그 사업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파머스페이스는 SK의 세상 사회적기업콘테스트에서 한 번의 고배를 마신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정말 많은 고민과 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더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고 노력해 임팩트투자 유치를 이루어 냈습니다. 이후에도 이들은 지금 순간에도 재무와 인사 그리고 전반적인 경영에 대해서도 틀을 다잡아가며 약점을 보완하고 점차 진보하는 기업으로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가시적인 성과들도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파머스페이스는 ‘열매가 맛있다’라는 이름의 못난이 과일 주스 카페를 열게 됩니다. 못난이 과일을 재료로 다양한 생과일주스를 판매해 소비자들의 ‘못난이 과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죠. 계절에 따라 제철과일 7~10가지를 메뉴로 선보이고 있는데요. 일반 카페 등의 과일주스에 비해 30~40%가량 저렴해서 인근의 대학생을 더불어 멀리서도 그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고 합니다. 시럽이나 얼음 등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고 100% 과일로만 만들어서 오히려 더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지금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무엇인지 묻자 과일이 통째로 들어간 멜론 빙수와 딸기 찹쌀떡이 제법이라고 합니다. 현재 ‘열매가 맛있다’ 매장은 부산대점과 경성대점, 서울 강남점, 창원 용호점 등 총 4군데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데요. 신설되는 점포는 소셜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소셜프랜차이즈란? 
일반 프랜차이즈와는 다르게 수익 일부를 사회 기여의 형식으로 돌려주는 방식의 가게


행복을 담은 상자, 네이처 박스

파머스페이스는 그냥 버려지거나 가공식품 원료로 값싸게 팔릴 수밖에 없는 못난이 농산물을 일반 상품의 70~80% 정도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서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농산물의 소매 가격 중에서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남짓으로 이런 거품을 빼 생산자인 지역 농민과 구매자인 도시 주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 파머스페이스의 취지 중 하나입니다. 

파머스페이스는 사회적기업답게 사회공헌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습니다. 이들은 취약농가에서 재배되고 있는 농산물 매입을 통해 취약농가소득의 증대에도 이바지하고 있는데요. 동시에 고용시장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제공 중입니다. 

또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해 과일도 기부하며 다문화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기도 하고요. ‘열매가 맛있다’ 매장 내 공간을 활용해 ‘신빈곤층’이라 불리는 젊은 예술인의 작품을 전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농가에서는 현지 어르신이 직접 마케팅을 담당하도록 해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파머스페이스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여 다양한 나눔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이와 연계된 사업으로 파머스페이스는 ‘네이처 박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못난이와 일반 과일이 섞여 있는 과일 종합세트를 판매하는 것인데요. 판매를 위한 포장 박스에 장애아동들의 그림을 넣어 장애아동들에게 성취감을 안겨주었고, 상자 제작 시에는 어르신들이 참여하게 하여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파머스페이스가 내세우는 모토가 있느냐고 묻자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열매가 맛있다’가 생겨나 농촌과 도시의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서호정 대표. 국내에도 점차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지속해서 증가해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비춥니다. 이렇게 건강한 사회적기업인 파머스페이스가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건전한 기업사회문화에 공헌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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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스페이스 서호정 대표(35)가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가란?

많은 사회적기업이 정부지원을 받고 난 후, 그것을 토대로 시장으로 나오고 있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지원금이 끊기면 살아남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1세대 사회적 기업가는 사회적 가치만 내세우다 보니 경제적 가치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파머스페이스는 그 반대로 시장에서 시작해서 그 인프라를 토대로 자원을 만든 다음에 회사를 운영하면서 정부나 기업 등의 지원을 받아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시장을 잘 알아야 사회적기업도 잘 운영되는 거니까요. 정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현 시장 경쟁에서 다양한 기업들과 같이 숨 쉬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파머스페이스는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이윤을 추구해 사회에 일부를 환원하는 사회적기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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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스페이스 윤영준 이사(34)가 생각하는 사회적기업 창업 노하우는?

먼저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파머스페이스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당시 농산물에 대한 이슈가 사회 전반에 제기된 시점이었거든요.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가격거품, 그에 반해 농민의 삶은 빈곤해져만 가는 것 등이 매스컴을 많이 탔어요. 그리고 못난이 농산물도 화제였고요. 거기에 주목하다 보니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고 서호정 대표와 같이 해결해보자고 했죠. 지금은 항상 농민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답이 나오는 법이니까요. 전 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사회적기업을 창업하시려는 분들은 이 점을 꼭 기억하시고 시도하시면 좋을 거로 생각해요.

♣ 컨텐츠 제공 : SK STORY (http://blog.sk.com/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