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뮤지컬의 해인가 봅니다. 다양한 뮤지컬 공연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팬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저는 설 연휴 동안 제 인생에 남을 뮤지컬 두 편을 관람했습니다. 『Notre Dame de Paris』와 『지킬앤하이드』입니다.

올 해는 두 작품 모두 뜻 깊은 해입니다. 『Notre Dame de Paris』는 내한 공연 초연 10주년을 맞았고, 『지킬앤하이드』는 11년차에 접어 들어 1,000회 공연을 채웠습니다. 그 만큼 작품의 깊이는 더해졌고, 저는 그 깊이에 감동했습니다.


[Image 1. 『지킬앤하이드』와 『Notre Dame de Paris』의 Program Book]


프랑스의 대표 뮤지컬, 『Notre Dame de Paris』

『Notre Dame de Paris』는 Victor Hugo의 동명 소설을 기초로 만들어졌습니다. ‘Notre Dame de Paris’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가리키는 말로, 공연의 주요 무대가 됩니다. 1482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앞의 광장에는 집시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매혹적인 여인인 Esmeralda와 집시들의 우두머리인 Clopin이 있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인 Frollo는 우연히 Esmeralda를 보게 되었고, 신앙과 속세의 욕망의 기로에서 갈등합니다. 

그는 자신이 거둬 들여 성당의 종지기로 키운 Quasimodo에게 Esmeralda를 납치할 것을 명령합니다. 납치의 순간에 근위 대장인 Phoebus가 Esmeralda를 구하고 Quasimodo는 체포됩니다. 이 때 Phoebus 역시 Esmeralda에게 반하고, Esmeralda와 비밀스럽게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그는 이미 정혼자인 Fleur-de-Lys가 있습니다. 체포된 Quasimodo는 물 한 모금을 구하지만, 모두가 외면합니다. 오직 Esmeralda만이 그의 목소리를 듣고

 물을 건넵니다. 그런 그녀의 따스함에 Quasimodo마저 사랑에 빠져 버립니다. Esmeralda라는 한 여인의 사랑을 구하는 세 남자, Frollo, Phoebus, 그리고 Quasimodo. 세가지 색깔의 사랑과 욕망이 만들어 내는 곡 “Belle” 아름답다.


[Image 2. 『Notre Dame de Paris』 공연]


Frollo 주교는 Esmeralda를 만나러 가는 Phoebus의 뒤를 밟아 그를 칼로 찌릅니다. 다행히 Phoebus는 죽지 않았지만, Frollo는 Esmeralda에게 살인죄의 누명을 씌웁니다.  Phoebus는 Fleur-de-Lys에게 돌아가는데, 그녀는 Fleur-de-Lys에게 Esmeralda를 교수형에 처하도록 요구합니다. Frollo 주교는 옥에 갇힌 Esmeralda에게 자신을 강요하고, Phoebus의 배반을 알지 못하는 Esmeralda는 Phoebus를 기다립니다. 슬픔에 잠겨 있는 Quasimodo는 Esmeralda가 옥에 갇혀 있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의 탈출을 돕기 위해 Esmeralda, 그리고 이미 체포되었던 Clopin과 집시 무리들의 탈출을 돕습니다. 하지만 Phoebus의 공격에 Clopin은 죽음을 맞이하고, Esmeralda는 다시 체포됩니다.

Quasimodo는 교수형에 처해지는 Esmeralda를 보며 참지 못하고 Frollo를 계단 밑으로 밀어 버립니다. 그녀를 잃은 슬픔에 절규하는 Quasimodo, 그것이 이 공연의 마지막입니다.

『Notre Dame de Paris』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뮤지컬입니다. 프랑스의 느낌, 프랑스의 색이 고스란히 묻어 나는 뮤지컬입니다. 프랑스어 외에도 영어와 한국어로도 관객들을 만났지만, 단연 프랑스어가 좋습니다. 지난 15년 간 큰 변경 없이 편곡을 유지하면서 프랑스의 색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Notre Dame de Paris』에는 한 마디의 대사도 없습니다. 음악만으로도 두 시간 여의 시간을 아름답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채울 수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뮤지컬과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작곡을 맡은 Riccardo Cocciante는 ‘뮤지컬’ 대신 ‘People’s Opera’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한국인 댄서들이 다수 출연했습니다. Breaking, Acrobat, B-boying 등 굉장히 동적인 무대를 연출했습니다.


완벽한 한국형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지킬앤하이드』의 원작은 소설가 Robert Louis Stevenson의 작품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입니다. 1885년의 런던, 의사인 Henry Jekyll의 아버지는 정신병을 앓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가엾게 여긴 Henry는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인간의 정신을 분리하는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물 실험을 마치고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실험을 시작하려 하지만,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힙니다. 

Henry를 위로하기 위해 Henry의 변호사인 John Utterson은 그를 한 클럽으로 데려가고, 그 곳에서 Henry는 Lucy Harris를 만나게 됩니다. 필요할 때 찾아 오라며 Lucy에게 명함을 건넵니다.

[Image 3. 『지킬앤하이드』 공연 ]


실험이 여의치 않자 Henry는 자신을 임상 실험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선과 악을 분리하는 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실험을 거듭할수록 악의 화신인 Edward Hyde가 내면을 차지하게 됩니다. 대신 정혼자인 Emma Carew와 John과는 계속 관계가 소원해집니다. 어느 날 상처를 입어 Henry를 찾아 온 Lucy는 Henry의 치료를 받고 사랑에 빠집니다. 그 때 Jekyll은 Lucy를 상처 입힌 사람이 Hyde, 즉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Lucy가 부르는 사랑 노래, “Someone Like You” 당신 같은 사람.

Hyde는 임상 실험을 반대했던 이사진들을 하나씩 살해합니다. Hyde가 Lucy를 살해할 것을 예감했던 Henry는 Lucy에게 그 곳을 당장 떠나라고 편지를 전했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Hyde는 Lucy까지 살해하고 정체를 감춥니다. Jekyll은 선과 악을 분리하는 데 실패했음을 알게 되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드디어 Henry와 Emma의 결혼식. Henry는 다시 Hyde로 돌아가 결혼식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잠시 Henry로 돌아간 시간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 대표곡

뮤지컬의 대표 곡은 Curtain Call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Notre Dame de Paris』의 대표 곡은 “Le Temps des Cathedrales” 대성당의 시대 입니다. 첫 곡이면서 마지막 곡인 셈입니다. Curtail Call에서 모든 배우들이 손에 손을 잡고 부르는 “Le Temps des Cathedrales”는 감동입니다.

 『지킬앤하이드』의 Curtain Call에서 주인공인 Henry가 등장할 때 연주되는 곡이 바로 “지금 이 순간” This is the Moment 입니다.[1] 사람들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자신의 신념을 믿으며 나아가리라는 Henry의 다짐입니다.

『Notre Dame de Paris』와 『지킬앤하이드』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공통점은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인이 사랑을 갈구한다는 점입니다. 『Notre Dame de Paris』에서는 푀비스를 두고 Esmeralda와 Fleur-de-Lys가 사랑을 노래합니다. 『지킬앤하이드』에서는 Jekyll을 두고 Emma와 Lucy가 사랑을 노래합니다. 한 여인은 지체가 높고, 다른 한 여인은 신분이 천합니다. 지체가 높은 여인은 정혼자이며, 다른 여인은 스쳐 지나갈 사람입니다. 두 여인 가운데에서 남자는 갈등합니다. 그 갈등이 『Notre Dame de Paris』에서는 인간의 본성적인 갈등으로 그려지고 있으나, 『지킬앤하이드』에서는 아름다운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Henry는 Lucy를 끝까지 지키려 하지만, Phoebus는 Esmeralda를 버립니다.


⊙ 이야기꾼, Gringoire와 Utterson

극 중의 인물이면서 극의 이야기를 풀어 주는 인물이 있습니다. Gringoire와 Utterson입니다. Gringoire는 살짝 능청스러우면서 오지랖 넓게 이곳 저곳을 다니며 이야기꾼 역할을 합니다. 첫 곡인 “Le Temps des Cathedrales” 대성당의 시대 로 무대를 여는 만큼, 단순히 이야기꾼으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톡톡히 감초 역할을 하는 인물이 Gringoire입니다.

Utterson은 Jekyll의 절친한 친구로, 1막과 2막을 시작하며 중간 중간 이야기로 현재의 상황을 요약해 줍니다. Utterson은 진지한 톤으로 극의 무게를 잡아 줍니다.


⊙ 나만의 Casting

저는 실제로 뮤지컬을 보기 전에 DVD와 방송 영상으로 두 뮤지컬을 만났습니다. 그 영상을 여러 번 반복해서 봐서인지, 영상 속의 Casting이 너무나 익숙했습니다. 특히 『Notre Dame de Paris』의 Original Casting은 뮤지컬 무대에서 보기는 어렵겠지만, Gala Show를 통해서라도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습니다. 


[Image 4. 『Notre Dame de Paris』의 Casting]


새로운 배우들의 조합이 예상 외로 새로운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이번 『지킬앤하이드』 공연을 두 번 관람했는데, 한 번은 ‘조지킬’ 조승우씨가, 다른 한 번은 박은태씨가 Casting 된 무대였습니다. 자신만의 Jekyll과 Hyde를 연기하는 두 분은 역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특히 Emma 역의 이지혜씨와 Lucy 역의 린아씨의 조합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아쉬운 점

참 좋은 공연이었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Notre Dame de Paris』의 핵심 중 하나는 한 여자에 대한 세 남자의 색다른 사랑입니다. Esmeralda의 노래와 연기가 매혹적이어야만 스토리가 어색해지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Esmeralda의 노래가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 남자의 세레나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Live 연주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장에서의 연주와 노래, 연기가 하나가 되는 쾌감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Jekyll과 Hyde의 갈등은 “Confrontation”이라는 곡에서 극에 달합니다. ‘조지킬’ 조승우씨가 소절을 번갈아 가면 Jekyll과 Hyde를 연기합니다. 관객으로 보기만 해도 숨이 넘어갈 듯할 정도로 어려운 곡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일부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흐름이 조금씩 끊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Image 5. Jekyll의 실험실]


⊙ 일상의 뮤지컬

요즘 출퇴근 길에 자주 듣는 음반은 『Notre Dame de Paris』 2005년 내한 공연 실황 앨범입니다. 2015년 내한 공연 VIP석을 예매하고 선물로 받았습니다. 1번과 16번 Track이 “Le Temps Des Cathedrales”라 더 많이 듣게 됩니다. 어느 새 뮤지컬이 일상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출퇴근 길이 즐겁습니다. 최재

[Image 6. 자동차에서 듣는 『Notre Dame de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