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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가는 중국생활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꿋꿋이 버텨냈다. 하지만 갑작스레 벌어진 최근의 두 사건 앞에서 결국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오늘은 그 두 사건에 대해 되짚어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요약해봤다.
첫 번째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회사에서 임대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필자가 집에 안전하게 귀가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보안 정책에 따라 총 4번의 출입점검을 거쳐야 한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1번, 아파트 동 입구에서 1번,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층을 선택하기 전에 1번, 그리고 집의 문을 열기 위해 1번! 선양에 오자마자 현지 직원들로부터 철저히 교육받은 나였기에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집 안팎을 출입할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어제 정말 황당한 상황을 만나고야 말았다. 권병섭
운영업무 이관으로 출장 온 동기 형이 저녁을 함께 먹자고 해서, 선양 직원들과 어울려 푸짐한 식사시간을 갖고, 2차로 노래방까지 가서 흥을 돋군 다음, 집에 들어오니 12시가 되기 딱 5분 전, ‘12시 전에 들어가서 참 다행이다!’ 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너무나 익숙하게 1, 2차 출입점검을 통과하고, 이윽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안 점검하는 곳에 열쇠를 댔다. 그런데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나온다. 왠지 스산한 분위기! 원래는 ‘삑’ 소리가 한 번 나고, 내가 갈 25F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삐비빅’ 소리가 난 것이다. 그리고 25F 버튼은 눌러지지 않는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30층 건물에서 25층에 살고 있는 필자로서는 자정 무렵 원하지 않는 운동을 하게 된 것이다. 계단 오르기 운동을 피하고 싶은 열망에 다양한 방법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25F 은 눌러지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계단을 이용해 한 층 한 층 올라가기 시작한다. 쓸쓸하고 황량한 계단 환경에 다소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다.
13층에 올라가서 다른 엘리베이터는 어떤지 실험하기로 했다. 다행히 왼쪽 엘리베이터는 정상 동작을 하는구나~ ‘하지만 두 엘리베이터가 왜 다르게 동작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일 아침 출근할 때, 왼쪽 엘리베이터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램 뿐!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날 맞이한 엘리베이터는 내 열쇠가 동작하지 않는 오른 쪽 엘리베이터! 우리 집에 같이 사는 최** 과장님께 열쇠를 빌려 1층을 찍고 돌려드렸다. 그리고 회사에 와서 인사행정팀의 이** 사원에게 물어보니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내지 않아서 중단이 되었다는 얘기를 해준다. ㅜ.ㅜ 한 달에 12 RMB 를 내면 된다고 하며 작동이 안 되는 걸 확인하고서야 앞으로의 3달치를 미리 냈다고 한다. ‘9월 중순까지 엘리베이터 사용에는 문제가 없겠구나~’ 회사가 SISP 로 이사를 가면 우리는 또 어디로 갈지 걱정이 커지는 하루였다.
두 번째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무더운 날씨에 땀은 삐질~삐질~ 불쾌지수만 높아지는 찰나,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위해 씻으러 갔는데 ‘아뿔싸!’ 칫~ 칫~ 하는 소리가 몇 번 나더니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집안 어디에서도 물을 틀 수가 없었다. 그것도 평일에… 오늘 이 불쾌함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내일 출근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답답하기만 할 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사놓은 생수와 에어컨 바람으로 오늘의 급한 불을 먼저 끄고, 내일 아침에 제발 물이 나오기만을 기도했다. 하지만 나의 희망은 바로 산산조각! 아침에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불현듯 회사 건물 25F 의 샤워장이 떠올랐다.
며칠 전 최* 주관과 구경 갔다가 샤워장에 들러서 물이 나오는 것까지 확인한 터라 세면용품을 주섬주섬 챙기고는 바로 출근을 했다. 새벽 6시!!! 오늘따라 걸음걸이가 무겁기만 하다. 어서 빨리 나 자신을 정화하고 싶은 마음 뿐! 또 다른 기대를 갖고 25F 에 다다랐으나 굳게 닫혀진 문 앞에 좌절감은 더욱 커졌다. 실망만 가득 안고 자리로 돌아와서 ‘회사 화장실에서 씻어야 하나?’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머리는 어떻게 감을 것이며? 나 스스로도 불쾌하게 생각하는 나 자신을 어떻게 씻길 것인지? 그 때 시간이 6시 20분! 저 멀리에서 큰 헤드폰을 귀에 장착하고 무언가에 열중인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필자가 심양에 와서 처음 묵었던 숙소의 방장! 김** 팀장이 있는 것이다. 염치 무릅쓰고 달려가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라고 빌었다. 한 번만 씻게 해달라는 부탁! 흔쾌히 들어주시는 우리의 김 팀장님! 고맙습니다. 결국 회사를 빠져 나와 도보 5분 거리의 김** 팀장님 집으로 가서 물의 소중함을 온전히 느끼는 샤워를 할 수 있었다.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란 이런 것이구나~ 새삼스러웠다!
주거환경의 문화적 차이, 공고를 자세히 확인할 수 없는 Comm. Loss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나의 외국생활은 쉽지만은 않다. 헤쳐나가기 벅찬 어려움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와 같은 낯선 이방인을 도와주는 회사 친구들이 없다면 중국에서의 내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조차 하기 싫다. 지난 7개월 동안 심양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가끔 생겼지만 옆에 누군가가 있기에 정말 든든했다. 그네들과 함께 중국생활의 지혜를 축적해 나가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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