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있는 계절과 자신 없는 계절

 

사계절에 대해 어떤 분위기와 악상을, 그리고 어떤 곡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연주하는 곡의 많은 부분이 우울하고 황량하고 애절한 분위기이다 보니 가을과 겨울은 쉽게 스토리도 써 나갈 수 있었고 그에 걸맞은 곡도 어렵지 않게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동감이 있고 활기찬 분위기의 여름은 마땅히 떠 오르는 곡도 없었고 어떻게 스토리라인을 펼쳐 나갈 지도 쉽지 않았다.

 

Four Seasons - Spring

독주회 순서는 계절 순서 그대로 봄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이 봄을 주제로 내가 생각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만물이 소생하고 태어나는 느낌을 담아 <희망>, <활기>, <따스함>을 표현해 보기로 했다.

아침에 창가에서 비치는 햇살(전수연의 어느 맑은 날’)이나 호수 주변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유키구라모토의 ‘Lake Louise’) 등을 주제로 해서 실제로 곡을 듣는 관객 분들이 꼭 봄이라는 계절이 아니더라도 위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선곡을 해보았다.

 

Four Seasons - Summer

여름은 시원함을 주제로 <>, <바다>, <파란색>을 생각하며 곡을 선택하고 연습했다.

여름 바다 위에서 힘차게 날갯짓 하는 갈매기의 모습(전수연의 초록 갈매기의 꿈’), 파란색의 청초함(전수연의 ‘Sentimental Blue’) 등을 표현해서 여름에 대한 계절감을 관객 분들이 느껴 볼 수 있도록 했다.

 

Four Seasons - Autumn

가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수확이나 풍년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도 있겠지만 이번 독주회의 가을에서는 늦가을의 쓸쓸함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하늘에 떠 있는 달에서 쏟아지는 달빛(조지윈스턴의 ‘Moon’), 그 달이 흘리는 눈물(전수연의 달의 눈물’), 헤어진 연인과 찍은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앙드레가뇽의 새로운 사진’) 등을 연상시키며 쓸쓸함과 더불어 외로움도 표현을 해 보았다.

 

Four Seasons - Winter

겨울도 늦가을의 연장선상에서 출발을 했다.

황량한 들판이나 흩날리면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느낄 수 있는 감정(유키구라모토의 ‘Paris In Winter’) 그리고 계절의 끝으로써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마음(유키구라모토의 ‘In an old Castle’) 등 그야말로 겨울의 느낌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곡들을 선택해서 연습을 해 보았다.

 

<기다림> by Andre Gagnon

아래 영상은 달려라 피아노라는 자선 단체에서 선유도에서 마련한 행사에 연주했던 영상이다.

당시 이 단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피아노를 기부 받아 선유도에 설치하고 피아노 버스킹행사로 아티스트들을 초대해서 연주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 시간에 연주하게 되었다.

앙드레가뇽의 곡은 빠른 곡 보다는 잔잔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곡들이 많다.

이 곡 역시 누군가를무언가를기다린다는 마음으로 빠르지 않게 연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