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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통해 강원도 폭설 소식을 듣고 있을 때 쯤 난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그저 발목까지만 와도 행복하고 좋았던 어린 시절. 그런데 언론을 통해 들리는 소식은 어린 시절의 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적설량이 1미터가 넘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떡하나?’란 걱정을 하다, 강원도에 친한 사람이 없어 다행이다. 란 생각뿐이었다. 마치 강 건너 불 보듯... 그렇게 바쁜 업무를 소화하고 있었다.
늘 바쁘게 진행되는 일상 속에 메일 한 통이 눈에 띄였다. 강원도 동해시 폭설 지역 자원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바쁜 업무로 정신이 없을 때 한 통의 메일로 매체를 통해 보았던 강원도 폭설 현장이 떠올랐다. 막연히 봉사에 참여해야 겠다는 마음 반, 눈이 얼마나 쌓여 있을까하는 호기심 반으로 봉사활동 신청메일을 보냈다. 한편으론 사무실에 있기보다 하루라도 몸을 쓰는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보람이 있을 것 같다는 약간의 불순한 생각으로 팀장님께 요청 드렸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제설 작업에 앞서 주의 사항과 필요한 용품을 배분하고 있다.
요즘 업무량을 생각하면 망설일 만도 한데 감사하게 생각한다. 함께 봉사활동을 할 참가자들이 궁금해참가자 명단을 살펴보았다. 나와 같은 과장 이하 직원이 많을 줄 알았다. 하지만 대부분 부장님들 이름을 보며 의아해 했던 생각도 잠시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 대한 향수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을 분들에 대한 공감이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바쁘실 텐데 대단한 결정을 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많은 구성원들이 함께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130명이 4개조로 나눠 봉사구역을 정했다.
각 조별로 피해 주민 집으로 향하는 모습
오전 10시 경 봉사활동 지역인 동해 괴란마을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리자 눈에 보인 것은 마을회관 앞 쌓인 눈이었다. 마을회관 앞 공중전화부스는 쌓인 눈을 보며 이전에 내렸던 눈의 양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이전에 근처 부대에서 대민 지원을 나와 제설 작업을 어느 정도 진행했다고 전해 들었다. 제설작업에 앞서 봉사활동 업무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새로운 길을 만드는 작업^^
전체 133명을 4개조로 나누어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SK C&C 구성원들은 같은 조에서 일하게 되었다. 나름 제설이 됐다는 생각과는 달리 마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눈에 덮힌 집과 길은 상황이 심각했다. 쌓인 눈의 높이는 성인 남자의 가슴 정도였고, 길이 없어 눈길을 걸을 때마다 허리까지 발이 빠지기 일 수 였다. 마을 어른들이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런 자원봉사가 아니면 어떻게 할 수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다 끝나나 싶어도 여러명이 힘을 모으니 단번에 뚫린다
더군다나 일부 눈이 녹아 이미 제설용 삽으로는 눈을 치우기 힘들 정도로 단단히 적설되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다 이걸 다 치울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먼저 들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각각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연장들이 조화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쇠 삽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이 눈을 무너뜨리면 눈 삽을 가진 구성원들이 눈을 퍼내고 넉가래를 가진 구성원들이 눈을 밀어 제설작업에 속도가 붙게 되었다. 속도가 붙은 제설작업에 따라 도저히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눈 아래 길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오전 제설 작업을 마치고, 다같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
독거노인이 거주하는 집은 폭설로 위험한 상태까지 다달아 있었다.
오전 제설작업은 여러 그룹사가 함께 하는 것이었으나 오후에는 우리 C&C 구성원들끼리 자발적으로 지붕제설작업을 하게 되었다. 입사한지 얼마 안된 나로서는 같은 회사의 구성원이나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었으나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을 보며 동료로서 뿌듯한 기분이었다. 함께 참가한 분들로는 노재경 부장님, 서경원 차장님, 김상범 부장님, 오효환 부장님, 문병수 부장님, 이동수 부장님, 변민 부장님과 김태용 과장님이다.
SK C&C 구성원들이 제설작업하는 모습
점심 식사 후 찾아간 집은 할머니 혼자 거주하시는 곳이었다. 낡은 스레트 집으로 눈이 1미터 이상 쌓여 낡은 스레트 지붕을 짓누르고 있었다. 집의 위치도 마을 큰 길에 한참 떨어져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응급처치가 곤란해 보였다. 찾아갔을 때 집의 모습은 눈이 집전체를 누르고 있는 형상이었다. 특히 뒤 안 쪽은 벽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눈으로 인해 깨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했다. 서둘러 눈을 치우고 나서야 유리문들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위험한 지붕위에서도 열심히 제설작업하는 모습
낡은 스레트 지붕은 그냥 보기에도 힘이 없어 보였고 눈이 약간 녹기도 하여 아주 미끄러웠다. 함께 간 구성원 중 젊은 편에 속한 나도 엄두가 안나서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던 순간. 부장님들이 이미 지붕에 올라 솔선수범을 보이셨다. 그 모습에 용기를 얻어 지붕에 올라 쌓인 눈들을 밀어냈다. 1시간 정도 작업 끝에 눈 밑에 쌓인 스레트 지붕의 모습들이 들어났다. 잠시 휴식을 가졌을 때 부장님께 ‘왜 이렇게들 열심히 일하세요’ 라고 묻자 ‘고향에 계신 노모가 생각나신다’라며 생수로 목을 축이고 이내 다시 샵을 들었다.
“눈이 많이 오면 집이랑 같이 죽는거지머…” 그 동안 폭설로 인해 겪은 근심 걱정이 담긴 할머니의 말씀에 마음이 아팠다. 지붕과 위험해 보이는 부분에 대한 제설작업이 끝나자 할머니의 얼굴이 밝아졌을 볼 수 있었다. 비록 힘든 제설작업이었지만 할머니가 저녁에 안심하고 단잠을 청했을 거란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또 다른 집을 찾아 나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그룹사 구성원들이 첫 번째 미션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우리 구성원들이 열심히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폭설로 눈이 덮힌 독거노인 집
봉사자들이 행여나 다칠까 노심초사 바라보지만 걱정마세요요^^
두 번째 집은 아들이 70살이라는 올해 90살인 김복녀 할머니셨다. “난 남의 아들이고 우리아들이고 위험한거는 싫어. 하지마”라고 극구 말리시던 할머니. 그러면서 “이제 됐어. 어여가”라시며 계속 우리를 말리셨다. 결국 제설작업을 마치고 가려고 하는데 할머니가 다시 “우리 아들이 참 고마워하겠어. 정말 고마워”라며 너무 고마워하신다. 새삼 어머니와 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고 했던가. 새삼 그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어린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함께 했던 구성원들과 저녁을 함께하며 오늘 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몸이 쑤셨지만 뿌듯했다. 봉사활동이라는 것이 좋은 일인 줄 알면서도 바쁜 업무로 인해 마음과는 달리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원봉사원들의 행동은 더욱 값진 것이다.
봉사를 마치고 지역 주민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봉사는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 부족한 사람들과 나누어 채우는 마음일 것이다. 하루였지만 동료와 함께한 봉사활동은 동해시의 무거운 폭설도 다 녹일 것이라 믿고 싶다. 그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글 : 법무 1팀 유영덕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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