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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이석진 팀장 | 박경철 "문명의 배꼽, 그리스" & 김상운"왓칭 – 신이 부리는 요술"
SK(주) C&C 블로그 운영자 2013. 5. 13. 16:02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무조건 사서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나에게 바로 그런 책이었다. 박경철은 많이들 알고 있는 시골의사 시리즈와 여러 경제 관련 책들, 그리고 최근 베스트셀러인 <자기혁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저작 활동을 하고 있는 의사출신 작가이다. 내가 그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의 내용에 따라 변하는 그의 화법 때문이다. 시골의사 시리즈에서 보여준 편안하고 정감 넘치며 살짝 어리숙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그의 문체가 경제 관련 분야로 넘어오면 냉철하고 분석적이며 마치 강의를 글로 옮겨놓은 듯한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진다.
<자기혁명>에서는 어떤가. 청년들의 멘토로서 때로는 사려 깊게 때로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맏형처럼 다정하게 하지만 힘찬 목소리로 청년들을 독려한다. 이렇듯 장소마다 꼭 맞는 드레스코드를 선보이는 패셔니스타 마냥 글의 주제에 따라 적절하게 변신하는 그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 인문학적인 소양이 깊은 그가 유럽 문명의 근원지인 그리스를 답사하고 책을 냈다니 이 얼마나 귀가 솔깃한 얘긴가. 이번에는 어떤 지식과 해법과 깊이를 보여줄지 잔뜩 기대를 들고 접어든 책이 바로 <문명의 배꼽, 그리스>이다.
이 책은 저자가 계획하고 있는 그리스 기행 10권 시리즈물의 첫 산물이다. 저자는 20대의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던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미 작고한 대작가와 함께 그리스 여행을 시작한다. 출발지는 근대 이후에 세계의 패권을 움켜쥔 서구 문명의 탯줄과도 같은 곳인 펠로폰네소스로 스타르타의 여신으로 불리는 헬레나의 고향에서 첫발걸음을 내딛는다. 저자는 이 인문학적 소양이 듬뿍 묻어나는 여행기를 연대적 순서가 아니라 공간의 이동 순서로 풀어가면서 각 장소에 깃든 그리스 신화와 역사를 얘기해 준다.
인간이 곧 신이었고 신이 곧 인간이었던 그리스인들의 삶이 활자로 살아나 움직인다. 여기에 저자의 차별화된 시각과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글을 빌어 사고의 심화과정을 거친다. 저자의 묵직하고 촘촘한 인문학적 말투를 찬찬히 음미하며 읽어나가는 재미가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중간중간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과의 즐거운 에피소드들도 슬며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저자는 그리스에서 돌무더기만 보고 왔다는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다. 동감한다. 여행지의 역사와 배경을 알지 못한다면 파르테논이 들려주는 그 위대한 신화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속삭임이 한낱 돌기둥의 침묵으로 매몰돼버리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었다.
:: 후배에게 남기는 메모.
그리스 여행, 말만 들어도 황홀하다. 그러나 약육강식의 특징이 뚜렷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가장으로서, 문명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그리스 여행은 무리수를 넘어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사치로 여겨질 수도 있다. 당장 떠날 수 없다면 좋아하는 작가의 여정을 따라 그리스를 음미하고 성찰하며 언젠가는 꾸리게 될 여행 가방의 전초전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책을 통해 인간 문명의 태초를 거닐며 그리스 신들과 함께 눈이 시리게 푸른 지중해를 유영해 보는 것도 분명 녹록치 않은 작금의 일상을 정화시켜주는 일이 될 테니까.
:: 내 인생의 책 한 권
이번에는 자기계발서 한 권을 추천하고 싶다. 아내가 읽어 보라며 건넨 한 권의 책.
제목은 왓칭, 부제는 신이 부리는 요술이었다. 바빠 죽겠는데 뭘 그렇게 왓칭하라는 건지 투덜대며 첫 장을 넘겼는데 이내 한 권을 금방 다 읽어 내려갔다. 미립자들은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자기를 바라보는지 언제나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읽고 거기에 맞춰 변화하고 이런 현상을 양자 물리학자들은 ‘관찰자 효과’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것이 만물을 장초하는 우주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라고 주장한다. 내가 바라보는 방향과 생각에 따라 미립자들은 그대로 움직이고 실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인 <시크릿>이나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을 읽은 독자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두 같은 맥락의 이야기로 내가 원하는 바를 생생하게 이미지로 그려보고 계속해서 거듭 원하면 인생의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모두 이루어진다? 이 얼마나 달콤한 명제인가. 저자는 거듭 말한다. 내 안의 감정과 욕구를 3인칭화시켜 냉정하게 바라보되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것은 현실이 되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맹목적으로 작가의 말을 신뢰하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현재의 나를 점검해보고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 어떤 변화를 꿈꾸며 지금 살아가고 있는지, 정녕 꿈은 있는 것인지 이쯤에서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습관적으로 살아내며 스스로의 삶에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그림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고 진정 원하는 자아의 모습을 그려보는 계기가 이 책을 통해 주어졌다. 왓칭, 신이 부리는 요술을 믿건 안 믿건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작가의 말을 폭넓은 의미에서 긍정의 절대적 효과라 생각한다면 믿어서 손해 볼 일은 없지 않은가. 결국 본인의 미래는 본인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 출처는 분명 긍정의 도전에서 시작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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