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은 과거 배고픈 시절에형제자매가 많은 집안의 부모는 근심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 말은 부모의 부의 수준을 나타내고, 형제자매 간에는 믿고 의지할, 소위 기댈 언덕이 많다는 뜻이 된다. 현대적 맥락에서는가지 많은 나무는 말라 죽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려 대지로부터 물을 빨아올리고, 이를 풍성한 가지에 고루고루 보내준다. 또 가지의 잎은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햇빛을 받아들여 줄기를 튼튼히 하고 꽃과 열매를 맺는다. 줄기는 가지와 뿌리를 붙잡고 있지만 통제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지와 뿌리에서 물과 영양을 받아들이고 전달함으로써 나무를 유지하고 성장시킨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피라미드 구조로 이루어진 기업 조직에서 리더가 손발에 해당하는 현업의 구성원을 통제하고 지시하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정보는 홍수처럼 넘치고, 경쟁의 범위는 전 세계적이며, 매일같이 새로운 이슈가 생기는 상황이다.

 

 

 

고객의 니즈(Needs)는 다양해지고, 거기에 대응하는 기술은 급변하며, 과거에는 거의 염두에 두지 않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활동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또 국제 통상과 관련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해결책은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의 전문성을 갖춘 구성원이나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외부에 있다.

 

다양한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

 

일례로 인력관리(HR)를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적절한 사람을 뽑아 일을 시키고 봉급만 제대로 주면 되던 것이 지금은 고정급과 성과급, 4대 보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 채용과 퇴직 관리의 변화, 국제적 문화 차이 등 그 내용이 복잡하게 바뀌었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는 경험이 풍부한 특정인 한 사람보다는 다양한 전문가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사실상 기업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 대부분은 이제 전문가로서 역할을 하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당면한 이슈와 관련해 전문가 각각의 정보와 식견은 조직 내에 빨리 전달·흡수돼야 하며, 계속 업데이트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최근멘토링(Reverse Mentoring)’이 주목받고 있다.

 

고대 그리스 이타카 왕국의 오디세우스 왕이 트로이 전쟁에 출전하면 서 어린 아들 텔레마쿠스 왕자의 교육을 자신이 가장 믿는 멘토(Mentor)라는 친구에게 맡겼다. 오디세우스가 전쟁과 온갖 고난을 치르면서 20년 만에 이타카로 돌아올 동안 멘토는 스승이자 아버지, 때로는 상담자이자 친구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텔레마쿠스 왕자를 지혜롭고 현명한 왕으로 키웠다. 이후 멘토라는 이름은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라는 의미가 되었다. , 멘토는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을 뜻하며, 그 상대방인 도움을 받는 사람을 가리켜 멘티(Mentee)라고 한다. 현대적 의미에서 멘토링(Mentoring)은 멘토(Mentor)와 멘티(Mentee)가 합의된 목표하에 상호 인격을 존중하며, 일정 기간 멘티의 잠재력을 개발해 핵심 인재로 육성하는 체계적 활동을 일컫는다.

 

이때 젊은 세대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단순한 교사로서가 아니라 신선한 자극과 활력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훌륭한 멘토가 될 수 있다. 또 기업 마케팅의 관점에서도 역멘토링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 사실 세대 변화에 따른 기호와 관심사의 변화는 마케팅에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주제다. 특히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층의 하나로 떠오른 것이 바로 디지털 세대다. 디지털 세대의 다수를 차지하는 젊은 세대는 과거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디지털 기구를 활용하는 데 능숙하고, 신속한 반응을 추구하는 등 기업에 대해 새로운 고객 집단을 형성한다.

 

 

 

이런 집단에 속한 신입사원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고객의 기호와 니즈를 알려줄 뿐 아니라, 전체 고객의 변화와 흐름에 대해기존의 직원들이 포착하지 못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역멘토링은 조직 관리 차원에서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해서 일반 사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업무상의 애로(Bottleneck)를 해소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역멘토링이 활발해지고 조직 내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은 경영진들 자신의 학습에 대한 개방적 마인드, 즉 불치하문(不恥下問)의 자세다. 경영진들은 조직에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 가장 뛰어난 실력을 이미 갖추고 있으며,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고, 후배와 부하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변화를 주도하려면 오랜 삶의 경험이나 전문 지식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분과 지위가 상승할수록 감당해야 할 책임은 커지고, 그 책임에 영향을 끼칠 환경 변수는 더 많아지고 다양해진다. 즉 배우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들은 갓 사회에 진출한 신입사원에게서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배운다는 것은 내 열등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열려 있음, 끊임없이 발전할 가능성과 실제로 발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지위나 명성이 높다고 해서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리더는 뿌리에서 물을 받아들이지 않고, 가지에서 영양을 받아들이지 않는 나무줄기와 같다. 현업의 말단에 위치한 모든 구성원을 전문가이자 스승으로 여기고,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이면서 그 각각을 연결하는 리더야말로 회사를 회사답게 만들고, 튼튼하면서 계속 성장하게 하는 든든한 기둥이다

 

글 : 정현천 상무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유공을 거쳐 현재 SK에너지 재무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

있다.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 107호에 실린 필자의 글不恥下問, 멘토링의 지혜 ‘Create & Challenge’의 편집 방향에 맞춰 필자가 정리, 수정한 것입니다.)

 

출처 : SK C&C 사보 ‘Create & Challenge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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