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공포영화 한 편 안 보는 건 어쩐지 허전하기까지 한데요. 악령, 귀신이 갑자기 등장해 놀래키는 뻔한 공포영화 말고 미지의 영역으로부터의 공포, 익숙한 사람과 관계로부터의 공포 등 짜임새 있는 구성과 분위기로 압도하는 공포영화를 소개합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동굴 속 공포, [디센트]


출처: 네이버 영화


무명이었던 제임스 완 감독을 일약 호러무비의 거장으로, 블록버스터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올려놓은 영화 [쏘우]를 탄생시킨 제작사 라이온스 게이트는 이듬해 또 한 번 사고를 칩니다. 역시 인지도가 전혀 없던 닐 마샬 감독과 함께 전무후무한 동굴 호러 [디센트]를 탄생시킨 것이죠. 친구들과 함께 동굴 탐험을 떠난 사라(슈어나 맥도널드)는 동굴에서 괴생명체들과 만나게 됩니다. 각기 사고로 가족을 잃거나 불륜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등 인생의 쓴맛을 맛볼 대로 맛본 사라 일행은 힐링을 위해 떠난 동굴에서마저 생존을 위해 악다구니를 써야 하는 상황에 몰리죠.



어둡고 축축한 동굴은 미로가 되어 이들을 습격하고, 흡사 골룸을 닮은 괴물들은 사라와 친구들을 물어뜯습니다. 하지만 징그러운 괴물들보다 무서운 것은 감정과 과거가 얽히고설킨 사라와 친구들입니다.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도 이들의 어긋나는 마음들은 칼날이 되어 번쩍입니다.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과오, 친구들을 향한 질투 등은 되돌릴 수 없는 참극을 일으킵니다. 폐소공포증 환자는 절대 보지 말라는 영화의 호언장담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유효한데요. 그것은 동굴에서 일어나는 비극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라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인간관계가 불러오는 피로와 잔인함 역시 우리의 심장을 옥죄어 옵니다.



새로운 형식으로 압도하는 공포, [불신지옥]


출처: 네이버 영화


[불신지옥]의 소진(심은경)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녀를 찾기 위해 형사와 함께 뒤를 쫒는 언니 희진(남상미)이 맞닥뜨리는 소진의 지난 날은 심상치 않죠. 아파트 주민들에게 신들린 아이로 소문이 났던 소진은 엄마 손에 붙잡혀 기도원을 전전하거나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있었습니다. 가끔 언니를 찾긴 했지만 길게 통화할 여유조차 없는 희진 역시 소진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외로운 소진을 사로잡은 알 수 없는 힘은 소녀를 낯선 존재로 바꾸어 놓습니다. 이웃들의 앞날을 예측하는 말을 내뱉고, 한밤중에 걸신 들린 듯이 냉장고를 비웁니다. 중학생 소녀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소진의 말투와 눈빛은 서늘합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러나 알 수 없는 힘에 사로잡힌 소녀보다 무서운 것은 그녀를 둘러싼 어른들입니다. 소진에게 신기가 보이자 이웃들은 아이를 이용하는 것에 혈안이 되죠. 같은 아파트 단지의 무당은 소진의 의사나 가족들의 동의와 상관없이 신내림을 도모하고, 몸이 아프거나 앞날이 불투명한 이웃들은 자신들의 기복을 위해 동조합니다. 효험을 보고나자 그녀를 통해 이익을 보려던 어른들은 소진을 밀어붙입니다. 신기가 떨어진 소진에게 다시 신을 받게 하는 과정은 폭력적이기 이를 데 없는데요. 결국 어른들의 이기심과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괴로운 나날을 보내다 마지막까지 비참한 소진을 보고 있노라면 귀신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옛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두 영화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공포영화 좀 본다 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영화들인데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여름밤, [디센트]와 [불신지옥] 같은 몰입도 높은 공포영화들로 서늘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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