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도시다.

100년이 넘게 건설중인 그 유명한 성 가족성당의 건축가 가우디의 고향, 그리고 축구마저 예술로 하는 메시와 FC바르셀로나의 홈 그라운드. 한껏 기대를 안고 도착한 이 곳은 모든 것이 예술 그 자체 였다


성 가족성당(사그라다 파밀리에) 공사중인 외관(좌)과 최근 공사가 마무리된 내부 모습(우)


한동안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맑고 깊은 새 파란 하늘, 그 하늘을 거침없이 지나쳐 눈 앞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과 햇살은 미세먼지가 가득한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어릴적 추억과 60인치 UHD 티비 속에서나 존재하는 비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하늘과 햇살 덕에 모든 것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마치 맑고 푸른 배경 위에서 약 60도 우측 상단 조명을 힘껏 받고 찍은 셀카와 같은 효과를 받은듯 했다. 게다가 도시의 건물과 조형물 들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원장님의 물광 메이크업을 받은 듯 정갈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하늘


무적함대의 명성을 떨치며 세계를 호령하던 스페인 왕국의 나라 답게 구 도심의 건물들은 프랑스 파리 못지 않게 화려 하다. 게다가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북 아프리카와 인접한 덕에, 보다 동양적인 곡선과 원색의 장식이 눈에 띄었다. 집 밖의 테라스에 까딸루냐를 상징하는 깃발을 곳곳에 크게 걸어 둔 것도 바르셀로나 만의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좌 :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듯 화려한 구엘 공원 타일 장식, 우 : 현대 건축물에 까지도 영향을 미침(프랑스 건축가 장누벨이 설계한 아그바타워)



이런 처음보는 흥미로운 도시 풍경에 취해 무심코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건물들이 갑자기 등장해 관광객들을 깜짝깜짝 놀래키곤 한다. 이 것이 바로 바르셀로나의 상징,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들이다.


좌 : 까사밀라 파사드, 우 : 까사 바트요 파사드


성 가족성당(사그라다 파밀리에)을 가기 전에 먼저 까사밀라를 돌아 보기를 추천한다. 이 곳은 가우디의 건축 특성을 잘 살린 공동주택인데 짧은 시간 안에 가우디 건축의 특성을 살펴 보고 이해하기 좋은 곳이며 최상층에 가우디 작품의 모형들과 각각의 설명들이 전시되어 있다. 

까사밀라에 입장하면 중정을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첫번째 관람 공간인 옥상으로 향하는데 이곳에 오르면 마치 구름 위를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한다. 따사로운 지중해의 태양아래 반짝이는 푸른색 타일 조각은 파도에 부서지는 햇살 같기도 하다.


까사 밀라 옥상


사실 여기서 보게 되는 조형물들은 굴뚝이다. 달팽이의 집의 모양을 형상화 해서 통풍이 잘 되도록 디자인 한 것인데 우리나라 고궁 또는 고택에서도 아름답게 꾸며놓은 굴뚝을 볼 수 있었지만 이렇게 독특하게 만들어진 굴뚝은 처음이다. 그러고 보니 회오리 모양을 닮은 것이 환기를 잘 시켜줄 것도 같다


자연의 원리를 활용하기 위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활용


옥상을 지나 내부로 들어오면 다락과 같은 공간으로 입장하게 된다. 가우디는 이 공간을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쓰고 또 모자를 덮어 쓴 것과 같다고 말한다. 즉 지붕의 역할을 하는 옥상 아래 다락공간을 두어 아래 주거공간을 위한 단열이 되도록 계획한 것이다. 이 장소의 구조는 흥미로운 단차가 있던 옥상을 떠받치면서도 다락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의 기둥과 보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모양은 거대한 파충류의 척추와 갈비뼈를 보고 구상했다고 한다.


까사밀라 최상층에 있는 모형


한층 더 내려오면 19세기 말 20세기 초 바르셀로나의 살았던 귀족의 삶을 엿볼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다. 거기에 더해 독특하지만 세심한 가우디의 배려들도 창문, 가구, 문고리, 중정, 엘리베이터 등 세세한 곳까지 스며 감동을 더한다.  문고리는 손에 쥐었을 때 손 속의 모양을 본떠 인체 공학적으로 디자인하기도 하고, 창밖의 난간은 마치 덩쿨이 뒤엉킨 듯 연철을 사용하여 멋지게 장식하기도 했다. 가우디는 구리 세공업자 집안의 내력을 이어 받아 금속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좌 : 까사밀라 내부, 우 : 가우디가 디자인한 손잡이


이처럼 가우디는 자연에서 인간이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요소들을 건축의 구조와 형태에 직관적으로 차용했는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가우디만의 독특한 건축 양식이 탄생하게 되었다. 듣고 보면 쉬워보이는 단순 모방으로 보이지만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건축을 하기 위해 상당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 탄생된 결과물이다.


자연을 이해하여 새로운 구조물을 창조해 내는 가우디의 노력 좌 : 형태 연구, 우 : 석고 모형 제작


가우디는 자연의 외형적 모습을 차용하기도 했지만 그 모습을 탄생 시키게 된 자연의 궁극적인 원리를 이해하여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중력에 의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샹들리에의 체인을 보며 중력의 힘을 반대로 이겨내기 위한 독특한 기둥을 탄생 시키기도 했다. 

중세시대의 고딕 건축물에서는 높은 기둥을 세우기 위해 기둥 측면에 플라잉 버트리스와 같은 보조 구조물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지만 비슷한 높이의 공간을 갖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에에서는 그런 부수적인 구조물은 찾아볼 수가 없다. 울창한 숲에 높이 솟은 나무들이 제각기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하늘 높이 뻗어 있는 가지들을 보고 중격을 이겨내는 자연의 섶리를 깨닿고 이를 메인 구조에 적용한 것이다. 당시 3D 그래픽 장비도 없이 이 복잡한 구조를 실현시키기 위해 고안해낸 창의적인 디자인 방식과 수많은 모형들로 알 수 있는 끊임없는 노력이 현 시대까지 이 곳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좌 : 천장에 메달린 체인을 바닥의 거울로 본 모습, 우 : 체인 구조를 통해 중력을 이해하고 숲을 만드는 나무의 구조를 본따 만든 성당의 구조 모형


바르셀로나는 이런 가우디의 정신을 현대에까지 실천하고 있다. 구도심에서 약간만 벋어나면 새롭게 조성된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각각의 건물들이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도시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심지어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과 자전거길을 연결해 가며 교통 시스템 마저도 점차 자연을 닮아 가고 있었다.


좌 : 자전거길 및 보행로와 연결된 트램, 우 : 나무를 너무나도 빼닮은 가로등


바르셀로나에는 높은 언덕들이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1992년 언덕 내리막 길에서 신발이 벗겨진 일본 선수를 재치며 금메달을 향해 질주하던 황영조선수를 기억하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이다. 바르셀로나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계에 위치하며 높은 산맥으로 나뉘어 있다. 그 덕에 강력한 프랑스의 군대와 맞서서 스페인을 지켜낼 수 있었던 군사적 요지이며 스페인 내전에서도 까딸루냐 인들의 투지가 끝까지 살아 있던 곳이다. 몬주익 언덕은 이런 역사적 아픔의 정점이기도 하며 바르셀로나의 정상이기도 하다. 이 곳에 오르는 케이블 카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전경을 볼 수 있고 정상에는 고즈넉한 몬주익 성이 바르셀로나도심과 지중해를 내려다 보고 있다.

 

몬주익 언덕과 바르셀로나 전경 그림


몬주익 성에서 내려오면 까딸루냐 국립 미술관과 몬주익 분수가 바르셀로나의 중심을 연결하고 있다. 그 분수 바로 옆, 있는듯 없는듯 자리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근대 건축의 큰 획을 그은 미스 반 데로에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재건한 작품이다.  1929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독일관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당시에는 생소했던 다양한 대리석, 석회암, 철 기둥, 통 유리 등을 재료로 사용했고 점,,면으로 이루어진 평면과 입면으로 내부와 외부를 넘나드는 유기적인 공간을 구성하여 모더니즘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역작 중에 하나이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이러한 역사적 공간 바로 앞에는 모바일의 미래를 그리던 MWC가 열렸던 장소 이기도 하다. 최근에 이곳은 별관으로 MWC의 일부 행사와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곳에서 매년 열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는 21세기 가장 주목받고 있는 통신과 Mobile분야의 최신 기술이 전시되고 관계자들이 다양한 논의와 협력을 이어가며 미래를 그려가는 중이다. 바르셀로나 시 또한 단순히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기술을 가장 빠르게 도입하고 기업들에게도 아낌없는 지원을 하며 시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좌 : MWC가 열리는 Fira Barcelona Gran Via, 우 : MWC2017 Main Sponsor 인 화웨이 부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건축물을 활용한 관광 산업으로도 상당한 경제효과를 누리고 있었고 천혜의 자연을 바탕으로 손쉽게 성장할 수 있는 도시로 머물 수 있었지만,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주변과 역사를 고려하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었다.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만큼이나 바르셀로나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정이 이 도시를 이렇게나 멋지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런 바르셀로나의 노력은 성장의 속도와 변화의 흐름이 점차 더뎌지고 있는 우리 사회가 한번 쯤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논의해 볼만한 가치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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