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트레킹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아침의 숙취 현상은 없었습니다. 숙소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후 후식으로요거트를 먹었습니다.  몽골의 요거트는 값이 싸고 맛도 좋습니다. 아침을 먹고 다시 승마를 하러 승합차를 타고 떠납니다.

사실 말을 처음 타기 전까지 승마가 이리 쏠쏠한 재미가 있는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승마는 생각 외로 운동이 많이 되며 박진감 넘치는 운동이었습니다. 한가이 가이드는 승마가 전신운동이므로 심폐기능을 강화시키고, 척추를 곧게 세우므로 척추 교정과 디스크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또한 말이 뛰기 때문에 위장 운동을 활발히 하고 변비를 해소시킨다고 합니다.

한가이는 제 카메라를 메고 말에 올라탑니다. 승마 준비를 했던 사진만 찍고 승마 트레킹 중에는 사진 하나도 찍지 못했기 때문에 못내 아쉬워 한가이에게 특별히 부탁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강을 가르는 트레킹 코스를 다녀왔으며, 오늘은 언덕 능선길을 따라 한바퀴를 도는 코스를 다녀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제 등자[각주:1]의 위치가 너무 위에 있었기 때문에 무릎을 많이 굽혀 무릎 안쪽이 아팠습니다. 오늘은 마부에게 부탁하여 등자를 내려 발을 딛었습니다.

말은 우리를 태우고 언덕길을 가뿐하게 오릅니다. 근두운(斗雲)을 타고 하늘을 오르듯 자유롭고 포근합니다. 말이 걷는 박자에 맞추어 나도 반동을 맞춥니다. 말이 언덕의 끝자락을 오르자 어제 트레킹을 했던 길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바람이 햇볕을 머리에 이고 숲길을 이리저리 쏘다닙니다. 나무는 바람이 흘린 햇볕 부스러기를 낼름 집어먹고 한뼘만큼 자랍니다.

13살짜리 마부가 제게 말이 빨리 달릴 것이라는 신호를 합니다.

OK?”

OK!”

간단한 질문과 대답이 끝나자 마자 마부는 말을 몰고 뛰기 시작합니다. 엉덩이가 말 안장위로 사정없이 부딪칩니다. 말이 뛰고 있지만 정작 제가 숨가쁩니다. 바람이 각도를 높여 두 뺨 위로 달려듭니다. 8월 한여름에 이리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합니다. 말이 게르 옆길로 다다르자 마부는 안전을 위해 속도를 낮춥니다.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거나, 차가 지나가게 된다면 말이 놀라서 앞발을 들고 일어나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구간에 가까워 오자 말들은 조금 더 속도를 내어 마구간으로 걸어갑니다. 우리는 승마를 마치고 다음 여행을 위해 승합차로 올라탑니다.

 

사진과 같이 한명의 마부가 관광객 한명 또는 두명을 이끌어 트레킹을 진행합니다


언덕으로 향하는 길


몽골 말들은 체구가 서양 말보다 작으나 지구력이 좋고 순하다고 합니다


언덕 위로 올라 진행하는 트레킹


우리 마부 중에서는 10살과 13살 마주의 아들과 조카가 있었습니다. 물론 수준급 말몰이 실력을 자랑합니다.


언덕에서 바라본 숲의 전경. 바람이 제법 붑니다.


언덕을 내려 숲을 돌아 다시 마을로 향합니다.


다시 개울을 건너고


마주의 아들이 사진을 찍는다 하니 묘기를 보여줍니다. 아직은 개구쟁이입니다.


파랑과 초록에 흠뻑 젖어 달리는 우리들


승마 영상


  거북바위 방문

승합차는 테를지 국립공원 안을 향하여 달립니다. 운전사 담비가 입장료를 내자 바리케이트가 열립니다. 길 좌우로 기암들이 사열을 하고 초원에는 말들이 힘차게 달립니다. 차창을 열자 현기증이 나도록 풀꽃향기 물씬합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거북바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거북바위 뒤편으로 만물상같은 능선길이 뻗어 있었으나, 시간이 없어 간단히 뒷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후 울란바토르로 향합니다. 

거북바위를 배경으로


거북바위 건너 멋진 암릉군


솔체제비고깔


바위 위에 올라


바위가 멋져 우리 모두 바위 위에 올랐습니다.


인생은 꼭 규격을 맞춘 양복 같은 삶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제 무게를 비우고 날아가는 새들처럼 자유롭습니다.


  틀어진 일정

오후에 흡수골로 가는 관문인 무릉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려 하였으나, 장지룡 사장으로부터 자체 정비로 인하여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몽골 중심가의 고급 레스토랑에 만나 장지룡 사장은 처음 겪는 일이라며 다른 여행지를 가는 것보다 승합차를 타고 흡수골로 가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우린 12시간을 차 안에서 허비하는 것이 아깝지만,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여 장지룡 사장이 권하는 대로 흡수골에 승합차를 타고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서둘러 짐을 싣고 승합차를 탑니다. 승합차는 울란바토르 북서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끝없는 평원 위로 도로가 수평선 끝까지 펼쳐집니다.  복잡한 뇌가 휴지통에 비워지고, 지금 광경이 Chrome Navigation 1번 즐겨찾기로 저장됩니다.

담비는 몽골 가요를 틀다가 빅토르 최의 CD로 바꿔 노래를 틉니다. 차 안에서 울려 퍼지는 빠른 박자에 맞추어 고개를 흔들어댑니다. 창 밖의 가축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습니다. , 염소, , 야크, 소들이 옹기종기 모여 모여 오후의 평화를 즐깁니다.  이들에 비해 좁은 축사에서 마블링이란 미명(美名) 하에 1++ 등급의 고기를 목표로 통제되어 자라는 한국 가축들이 애잔하게 느껴졌습니다.

바람이 산자락을 잡아당기자, 능선 너머로 붉은 기운이 난분분합니다. 어둠은 삽시간에 승합차를 추월하고 형광등이 하나 둘 켜지듯이 별들이 하늘 위로 떠오릅니다. 은하(銀河)는 강이 되어 하늘 위로 흘러 장관을 이룹니다.


점멸하는 삶은 아름답다

나를 닮은 별 하나

탄생별이라 부를까

쓸쓸한 밤에 우화처럼

웃자란 생각으로

썼다가 지우고 또 다시 쓰는

순식간의 이야기

혼자서 지어두었던 저 별의 이름

그늘을 키우며 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빛

기억해 두어라 지나온 길 밝히던

그 빛을 주워 담기 위해

시간은 바람처럼 흘러갔다

하고 싶은 말 거두고

뜨거운 노래 묻으며

침묵으로 지새우던 날

천년의 흔적 찾아가는 소리

절절한 생각은 어디서 오는가

내 육신의 무늬 같은

남은 빛 하나

 

변종환  『별 하나』


별 하나라는 시처럼 저도 별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은빛 나는 삶을 살다가 유성처럼 가슴속 푸르게 푸르게 사라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별처럼 명멸(明滅)하기 전에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기에 블로깅을 시작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별에 대한 생각에 깊이 잠길 즈음, 우린 오른터거에 도착하였습니다. 우린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게르에 짐을 풀고 하루를 마감합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T본스테이크가 12,000원


야채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몽골만두는 8,000원


차 안에서 찍은 차창밖 풍경





  1. 말을 탈 때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만든 안장에 달린 발 받침대. 기원전 4세기경 북방 유목민족들이 처음 개발했다고 전해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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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징기스칸 2016.10.12 09:00 신고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네요. 잘 봤습니다.

  2. 몽골 마부 2016.10.12 23:36 신고

    맑은 하늘. 끝없는 초원.
    몽골에서 구입한 케시미어 입을 때가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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