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사실이다. 박용후가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어머니에게 매일 용돈을 타 써야 했던 좌절의 경험을 딛고, 한 달에 14번 월급을 받는 국내 유일의 관점 디자이너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그가 관점을 바꿨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자신을 홍보·커뮤니케이션·마케팅 전문가라는 ‘One of them’의 틀에 가두지 않고, 관점 디자이너라는 ‘Only-one Brand’로 만든 사람. 사무실도 직원도 없는 ‘오피스리스 워커(Officeless Worker)’의 삶을 기꺼이 선택한 박용후의 ‘TURN’ 스토리.


   ‘발상의 전환’과 ‘관점 디자인’, 어떻게 다른가요?

뻔한. 생각을. 거부하라.

‘발상’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생각을 해낸다, 또는 그 생각’이라는 뜻이 나옵니다. 결국 발상의 전환이라는 건 생각하는 방법, 즉 생각의 시작을 바꾼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생각을 바꾼다’는 건 한 마디로 ‘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하는 걸 의미합니다. 이는 결국 ‘통념에서 벗어나라’는 뜻이기도 해요. 통념이란 뻔한 생각, 당연한 생각입니다. 당연함을 부정해야 발상의 전환, 창의적인 생각이 가능해지는 거죠. 일례로,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故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iPod)을 만들면서 전원 버튼을 없앴습니다

‘기기에는 반드시 전원 버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완전히 뒤집은 거죠. 관점 디자인은 이 같은 발상의 전환에, Drift’를 가미한 개념입니다. Drift’란 예측 가능한 생각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돌연 꺾는 것이죠

관점 디자인이란 이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탈피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냉동건조식품’을 한 번 예로 들어볼까요? 사람들은 ‘냉동건조식품’ 하면 굳이 먹고 싶지 않은, 딱딱하고 맛없는 음식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당신을 위해 얼리고 말려 맛을 가두고 응축시킨 음식’이라고 표현한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게 분명합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사진가는 왜 포커스 아웃 기법(out of focus)을 사용하는 걸까요? 핵심에 주목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왜 사진을 트리밍(trimming)하는 걸까요? 강조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관점 디자인은 이처럼 핵심, 본질에 포커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바뀌는 건 방법일 뿐입니다. TPO, 즉 ‘Time/Place/Occasion’에 맞춰 핵심을 부각함으로써 고객의 관점을 바꿔주는 것. 이것이 관점 디자인의 본질입니다


그간 진행해온 ‘관점 디자인’ 중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꼽는다면?

카카오톡. 배달의민족.

첫 번째는 ‘카카오톡’, 두 번째가 ‘배달의민족’입니다. 여기에 네시삼십삼분 게임, 본죽·본도시락, 뽀로로 등을 추가할 수 있겠죠. 카카오톡의 경우, 처음 론칭할 당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5~7살의 착한 어린아이 같은 서비스’로 설정했어요. 착하고 고마운 서비스, ‘땡스카카오’로 포지셔닝 되길 바란 거죠. 카카오톡을 ‘메신저가 아닌 문자 서비스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가입자 수가 아니라 하루에 몇 개의 대화가 오갔는지 세는 새로운 발상을 적용하자 많은 이들이 카톡을 문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개당 10~20원을 부과하는 유료 문자 서비스를 무료로 쓴다는 것에 다들 환호한 거죠. 배달의민족 같은 경우, 처음 자문을 맡았을 당시 회사 슬로건이었던 ‘21세기 최첨단 찌라시’를 ‘배달의 습관을 바꾸는 앱’으로 수정했습니다. 음식을 주문하는 습관을 바꾸는 게 핵심이었으니까요.


남다른 시간 활용 노하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툴.

현재 제가 커뮤니케이션 총괄이사, 전략고문으로 재직 중인 기업 수가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 ‘블레이드’ 개발사 네시삼십삼분, ‘본죽·본도시락’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본아이에프 등 14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 쓰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달리 한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결국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니까요

의도만 확실히 공유한다면 굳이 만나서 얘기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회의의 목적은 서로의 의도를 읽고 컨센서스를 하는 데 있으니까요. 때문에 카톡, 메일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툴을 적극 활용하면 효율적인 일 처리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물론 이 같은 방식에 반감을 품는 이가 아예 없을 순 없습니다.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한 번에 모든 걸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바꿔나가는 방법도 분명 존재합니다. 다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커뮤니케이션은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 통념의 관성을 따라가면 절대 ‘Drift’ 할 수 없다는 핵심과 본질입니다



   최근 IT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ICT의 미래, 어떤 모습일까요?

INFORMATION. 강화. 습관. 변화.

ICT는 ‘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의 약자입니다. 이 중 커뮤니케이션, 즉 통신 분야는 이미 오래전부터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며, 눈부신 성장세를 구가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보 분야는 다릅니다. 아직 부족하고 미비한 점이 많을 뿐 아니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생각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닙니다. 기존의 틀, 고정관념을 아예 갈아치워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여기서 SK주식회사 C&C 구성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정보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 중인 SK 출신 엔지니어들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통신 분야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쌓아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 이상한 결과입니다

이젠 정보 분야에서도 통신 분야와 마찬가지로 고객 중심의 보다 강력한 서비스를 개발, 업계 리더로 올라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해당 분야에 대한 아낌 없는 관심과 투자는 기본이고, 상수와 변수의 조화를 눈여겨 봐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상수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 즉 인간의 욕구, 행복해질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에 반해 변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 욕구’를 상수라고 한다면, 변수는 문자에서 ‘카카오톡’으로, 콜택시에서 ‘카카오택시’로, 전단에서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앱으로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인간의 욕구와 행위는 그대로인데 행동패턴, 즉 습관에 변화가 생기는 셈입니다. 때문에 정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선 기술의 변화에 따른 행동패턴의 변화를 미리 읽어야 합니다. 정보 분야를 선점하는 기업이 ICT의 미래를 이끌 리더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박유리 대리가 박용후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미래성장사업을 준비 중인데요, 기존의 프레임·틀에서 벗어나 완벽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시작 생각’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작 생각’은 ‘생각을 어떻게 시작하느냐’하는 것인데요, 사람들의 생각 패턴은 대부분 유사합니다. 전제와 가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질문이 달라지는 거죠. 전제가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면, 가정은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는, 전제에 오류가 없는지 또 이 같은 전제가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리 확인하고 점검해야 합니다. 과거에 ‘그랬다’는 게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라는 보장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기존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면 전제에 오류가 없는지 여러 번 비교 체크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을 되짚어보는 입체적인 사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잘못된 전제와 가정,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발상의 전환’을 가장 손쉽게 연습·적용해 볼 방법, 무엇일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인화’입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은 다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선택해 “너는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니?”라고 물어보세요. 만약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잔에 글씨가 쓰여 있다면, “넌 네 몸에 왜 이런 글씨를 새긴 거니?”라고 묻는 겁니다. 그렇게 하나둘 말을 건네면 어느 순간부터 대화가 시작됩니다. 커피숍의 의자가 노란색이면 “넌 왜 노란색이니?” 질문을 던지고, 거리의 간판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겁니다이렇게 모든 사물이 나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 발상의 전환은 가능해집니다..


♣ 출처 : SK주식회사 C&C 사보 ‘Create & Challenge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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