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이 주도권을 쥐는 것만큼 당연하고 싱거운 결론도 없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주위 환경에 휘둘리고, 주변 시선에 신경 쓰느라 정작 ‘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석재 교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 물음에서부터 자기주도적 삶을 풀어낸다.

 

물음표는 익숙하다.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질문을 하고, 얼마나 치열하게 답을 찾아가는가. 그런데 혹 대부분의 물음이 밖으로만 뻗어 있지는 않은지? 자기주도적인 삶은 나를 제대로 알고, 나답게 사는 것과 통한다. 따라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우선이다. 이에 도움을 받고자 철학과 만났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인 ‘나는 누구인가?’와 일상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 그가 말하는 철학은 지극히 현실적인 탐구였다.

 

“난해하고 난감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물음입니다. 결국은 나를 알아야 자신에게 맞는 삶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누구나 잘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잘 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삶이 좋은지 선뜻 대답하기 어렵죠. 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아는 것이 우선입니다.”

 

철학은 어렵고 모호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철학만큼 현실적인 고민도 없다. 철학자가 근본적으로 묻고 답하는 화두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다.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무엇이며, 세계는 무엇이며, 정말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더욱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한마디로 철학은 난감한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내용을 구분해 차근차근 분명한 답을 찾아가려는 흔적이다. 철학으로 풀어보는 자기주도적 삶 역시 구체적인 물음으로 꼬리에 꼬리를 문다.

 

 

“조직의 틀 안에서 자기주도적 세포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다움’이라는 힘을 잃지 않는다면 진정한 일의 의미
를 찾고, 자신의 신념을 거침없이 밀고 나갈 수 있는 주도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이런 것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아니라 말이죠. 클래식 음악을 듣고, 화랑에서 그림을 보고, 요리를 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을 정말 좋아하나요? 혹시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까 좋아하고 싶은 것은 아닌가요? 요즘은 ‘좋아하는 것’의 가치마저도 나의 기호나 취향에 상관없이 외부에 의해 강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다름을 긍정하고 편견을 깨라

 

자신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못하면 천편일률적인 해결책만 쫓기 마련이다. 유행을 쫓고, 누군가의 삶 위에 슬쩍 덧씌운 채 안전하게만 가려 한다. 이러한 삶이 과연 행복할까? 이석재 교수는 물론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은 고집과 자생력이 있는 존재이기에 결국 자기가 등장합니다. 배경 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끝내 드러나고자 하지요. 적당히 맞춰 살다가 중년에 이르러 위기가 찾아오는 이유도 그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석재 교수는 행복을 위해 자유로워지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살면서 부모님, 선생님, 친구 등으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고 특정한 편견을 갖게 된다. 특히 일반적인 통념이 행사하는 힘은 생각보다 강해, 이를 벗어나려는 시도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자기주도적 삶은 이 두려움을 뛰어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내 마음이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끌린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고요. 내가 원하는 것이 최선의 답이라는 확신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일단 다양한 경험이 필요해요. 다채로운 상황 속에서 스스로가 드러나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하지요.”

 

개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조직에서도 막상 남다름을 수용하는 폭은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 직장인의 자기주도적 세포는 점차 힘을 잃는다. 윗사람이 좋아할지,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과연 내가 나서도 될지 등 주변의 눈치만 보다 자기주도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직장에서의 자기주도성 역시 이석재 교수가 강조하는 ‘나를 찾아가는 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에 대한 완전한 몰입으로 왜 이 일을 하는지 스스로 답을 구하는 과정, 자신의 위치나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 확신하는 부분에 대해 거침없이 밀고 나갈 수 있는 자기주도성, 그 기저에는 ‘나다움’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힘이 버티고 있다. “한마디로 용기가 필요합니다. 모두가 ‘맞다’고 할 때 혼자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기주도성’이니까요. 그만큼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묻고 답을 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주어진 일이나 환경에 의문을 던지지 않고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더욱 의미 있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찾고 발굴해야 자기주도성이 더욱 빛납니다.”

 

이석재 교수는 이를 깨우는 방법으로 철학자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시각으로 물음을 던지는 철학자들의 생각을 따르다 보면 ‘내가 달라도 되겠구나’ ‘생각의 다름이 이렇게 풍요롭구나’ 하고 위안을 얻으며 다름을 긍정하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속도가 곧 경쟁력이고, 직장인에게는 빠른 성과가 능력으로 통한다. 그래서 다그치게 된다. ‘내가 누구인가?’ ‘나를 높일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빨리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말이다. 이석재 교수는 지름길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최고의 철학자로 꼽히는 소크라테스도 평생을 묻고 또 물었지요. 자기를 발견해나가고 자기주도성을 확보하는 데 쉬운 길은 없습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다양한 물음에 대한 답을 단숨에 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대신 길을 찾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는 있습니다. 용기를 내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때론 실패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외부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것이지요.”

 

자칫 조직 내에서는 자기주도성이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행동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이유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거침없는 추진력, 주도적인 리더십이 다른 누군가에 불편함을 준다면 다시금 질문해봐야 한다.

 

“나를 알고 나다움을 찾는 게 곧 행복이라고 했는데, 내가 가는 방향을 주변에서 모두 싫어한다면 과연 행복할까요? 그 길이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함께하는 이들을 이해시키고 한 반향으로 모으는 조율의 과정도 중요합니다. 소통이 필요한 이유지요. 상대를 배려하고 양보한다고 해서 나다움을 잃는다거나 진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더 큰 것을 얻기 위한 또 다른 길일 수 있지요.”

 

이석재 교수는 늘 물음표를 붙여보라고 말한다. 직장이 힘들다면 무조건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물음표를 가지고 조목조목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고, 삶이 재미없다면 무엇이 재미있을지 공들여 고민하는 것이 진짜 삶을 대하는 자세다. 세상 어디로든 열려 있는 이석재 교수의 물음표, 그는 이 물음표 속에서 자신을 찾고 행복을 찾는다.

 

이석재 교수가 추천하는 길잡이 도서

 

<플라톤의 대화편> 플라톤 지음

흥미롭게 정리된 입문서도 있지만 오랜 검증을 거친 사상가의 글을 먼저 접해볼 것을 권한다. 쉬운 책은 아니지만 플라톤의 초기 대화록은 차근차근 읽어볼 만하다. 간략하게 만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변론, 에우티프론도 볼 수 있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옙스키 지음

나 역시 단숨에 읽지 못했을 만큼 긴 호흡을 요구한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묘사하고 있고,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묻는 책이다. 그 지난한 과정을 인물들과 함께 거치고 나면 뿌듯함마저 든다.

 

 

 

♣ 출처 : SK C&C 사보 'Create & Challenge'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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