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 못 쓰는 게 아니라 안 써서 못 쓰게 된 게 더 많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  전자 기기들은 좀 더 편리해지는 반면 사용기간은 날로 짧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세상의 변화는 30년 세월 컴퓨터와 여러 전자기기들을 분해, 수리하는 일을 천직으로 삼아 온 누군가에겐 아쉬움이다. 오늘도 디지털 시대의 뒷 켠에서 작은 부품은 물론이고 냉장고와 같은 커다란 기계에 새 생명을 불어 넣고 있는 우리 시대의 순돌이 아빠이자 맥가이버, 안중남 씨를 만나 봤다.


그가 들어서자 그와 함께한 친구들이 그를 반기는 듯, 다시 살아 움직일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컴퓨터 모니터를 제조하는 일을 했던 그가 오늘의 이 일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규칙적인 업무보다는 나만의 공간에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기대 밖의 다소 싱거운 대답이었지만 아무튼 과감한 결정임은 분명했다. 회사를 그만 둔 그는 우연히 지금의 정릉에 있는 한 재활용 센터를 접하게 됐다. 그곳에서 못쓰는 전자기기를 주워와 다시 수리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그토록 오랜 세월 이어진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를 주로 다루지만 예전 처음엔 모니터, 에어컨, 냉장고, 세탁 등 생활가전까지 그의 치료 대상이었다.


용인 수지로 이사 와서 10년을 함께한 작업실. 이곳에 오면 집에 온 듯 마음이 편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한두 종류의 제품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많은 종류의 가전 제품들을 어떻게 다 수리할 수 있었을까. 얼핏 생각해보면 상당한 공학적인 지식이 필요해 보였다.

“공부는 무슨? 배우고 몸으로 익히는 거지. 정식으로 공부해서 수리한 건 하나도 없어… 예전엔 지금처럼 제품들이 복잡한 구조로 제작되지 않아 분해해 보면 이상 여부를 확인해 수리가 가능했었지.


몸으로 체득한 삶의 지식이 오래된 전자기기를 위한 심폐 소생술로 체화된 것이다.
비록 신제품을 사서 분해해보지는 못하지만 어차피 버려진 기계를 주워와 분해하고 다시 살려내는 실전(?) 자체가 일종의 공부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공부라는 단어에 겸연쩍어 하면서도 그는  “사람 몸도 어디 하나가 잘못됐다고 못쓰지 않는 것처럼 기계도 어디 한 부분 고장난 곳을 찾아 잘 손봐주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한 마디지만 오늘날 너무나 빨리 새 것을 취하는 데만 익숙해진 오늘의 우리 삶을 빗댄 충고로도 읽혔다

용인 수지에서 맥가이버라고 불릴 만큼 전자기기 분해 수리의 달인으로 통한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인근 이웃들 사이에맥가이버로 통할만큼 고치지 못하는 것이 없는듯 했다.

그가 컴퓨터를 중점적으로 수리한 것은 286 컴퓨터가 등장할 무렵부터이다.

“컴퓨터가 진화하며 계속 새로운 모습을 갖춰 가는 것이 무척이나 재미있었어. 컴퓨터는 고치는 것보다 분해한 뒤 구동되는 구조를 살피고 익히는 것이 신선함과 탐구욕을 불러 왔다고나 할까?”

286, 386, 486, 펜티엄으로 진화해가는 모습에 마치 자신도 진화해 가는 것처럼 설레 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슨 보물단지를 꺼내 들듯 오랜 세월 모아둔 다양한 CPU 칩들을 내어 보였다. 꺼내 든 386 컴퓨터의CPU 칩은 그를 옛 추억 속으로 이끄는 듯 했다.

가장 오래된 것을 부탁 드렸더니 286컴퓨터 시절의 컴퓨터와 CPU를 내보이셨다. 그것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잠시 늙은 것뿐이라고......


물론 요즘엔 구조와 고장원인을 쉽게 파악했던 과거 제품들과 달리 상당히 진보된 기술이 적용되고 A/S조차 체계화돼 옛날처럼 부분 수리를 맡기는 일은 없다.

이야기 도중 그는 최근 세운 새로운 도전 과제를 소개했다. 지난 시절 못해본 모형비행기, 모터 자동차와 같 것들을 다시 조립해 날려 보고 싶다며 그간 챙겨둔 관련 부품을 하나 둘씩 내어 보였다. 사진촬영도 관심사다. 모형 비행기 엔진이나 아주 오래된 수동 카메라를 든 모습에서는 동심(童心)을 보는 듯 했다.

안중남씨는 자신을 소세지 아빠라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딸 아이들 나란히 소현, 세현, 지현이라고 외쳤다.

자식들이 나중에 비슷한 일을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조금 엉뚱한 질문에도 아이들이 전부 딸들이라 이런 일을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흥미가 있고 원한다면 당연히 아이들 편이 되어 줄 것이라 할 정도로 그의 일에 대한 애정은 깊었다. 

초창기 핸드폰을 보여 주면서 지금의 스마트폰의 편리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토로하셨다. 기계란 무릇 편리해질 수록 복잡하기 마련이다.

30년 넘은 지금은 직업이라기 보다 나만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작업실에 오면 마음이 편해. 생활이 넉넉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아이 셋을 잘 키웠고 앞으로도 이 일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계속해갈 거라네.. 비록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지만 나 스스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

그의 삶에 대한 보람과 가족에 대한 사랑은 지난 세월 동거동락해준 컴퓨터와 곳곳에 즐비하게 늘어선 여러 전자기기들과 부품들이 묵묵히 방증하고 있었다.


사진기는 시간을 베어 세월을 추억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차가운 몸뚱이에서 인간의 따스함을 느끼게 하니 그 또한 신기한 노릇이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 내내 그의 한마디가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사람들은 기계와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야 똑같아. 아무리 오래된 기계도 기름칠하고 계속 사용하면 꾸준히 사용할 수 있지. 다만 기계도 사람들처럼 늙어가기 때문에 신 기술에 뒤 떨어질 뿐이지 자신의 몫을 못하는 것은 아니야… 사람도 자꾸 움직이지 않고, 일하지 않으면 퇴보(退步)하고 퇴화(退化)하는 것처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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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in 2011.06.01 15:47 신고

    요즘은 너무 많은 것이 디지털화 되어서 그런지 흑백 사진과 글을 보고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많이 느끼고 갑니다.

  2. 맥가이버 2011.06.01 15:50 신고

    멋지시네요. 이런 빠른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분이 아닌가 싶네요^^
    잘 봤습니다.

  3. christmas 2011.06.01 15:51 신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맥가이버님 말처럼 기계가 기름칠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듯이 사람역시 마찬가지인것에 공감이 갑니다.

  4. kkeju 2011.06.01 15:53 신고

    모든 물건은 고치신다니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새롭게 접하는 느낌이 드네요.. 글 잘 보았습니다. 더욱 많은 소식과 정보 기대할게요^^

  5. mimi 2011.06.01 15:56 신고

    어떤 일을 하는지가 중요한 건 아닌가봐요, 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6. tony 2011.06.01 15:57 신고

    “낡아 못 쓰는 게 아니라 안 써서 못 쓰게 된 게 더 많지….”
    지금 우리는 너무 쉽게 버린다...핸드폰, 컴퓨터, 그리고 사람과의 인연까지도...
    때론 상처난 부분을 때우고, 고치면 더 단단해 질텐데...
    어느덧 새 것에 익숙해져버린 지금...가끔은 헌 것이 그립다..

  7. hosi95 2011.06.01 16:36 신고

    "맥가이버"란 단어를 보면 머릿속에 떠오르는게 예전 드라마속의 순돌이 아빠네요.
    두말이 필요없을 듯한 옆집아저씨의 편안한 웃음과 다소 어지러워 보이는듯한 낡은 부품들이 가져다주는 향수...
    자신의 일에 즐거움을 느낄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넉넉치 않은 생활속에서도 행복한 소시지아빠로 살아갈 수 있는 그의 삶이 부럽기까지 하네요..
    글만큼이나 정감이 가는 흑백사진속 맥가이버 아저씨의 수더분한 미소속에서
    잊고있었던 아련한 옛추억속으로 한번쯤 빠져들어도 좋을듯한 오후입니다.

  8. 쭈니~ 2011.06.01 18:26 신고

    마음이 따뜻해 지는 내용과 사진이네요
    시간 속에서 사람도 기계도 다 퇴물이 되어 가는것을 보면서....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쇳소리 나게 날카롭게 돌아가는 기계처럼 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을 잃지 않게끔 노력 하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Favicon of http://skccblog.tistory.com BlogIcon SK주식회사 C&C 블로그 운영자 2011.06.01 18:57 신고

      따뜻한 마음의 댓글 감사합니다.
      사내에서도 동료들끼리 서로서로 따뜻한 말한마디가 인간적인 맛이 아닌가 싶습니다.^^

  9. 2011.09.06 17:20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kccblog.tistory.com BlogIcon SK주식회사 C&C 블로그 운영자 2011.09.06 17:21 신고

      안녕하세요 수지넘자님
      저희가 일로서 안중남씨를 연결시켜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분의 삶을 이야기한것입니다^^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10. 이동옥 2016.08.23 16:44 신고

  11. 2016.08.23 16:49

    비밀댓글입니다

  12. 2016.08.23 16:50

    비밀댓글입니다

  13. 이동옥 2016.08.23 16:52 신고

    중남아 나 이동옥이다
    010 9274 4612
    열락 해라

  14. 이동옥 2016.08.23 16:53 신고

    염종호다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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